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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에서 출간한 강유정 평론가의 첫 책은 『사랑에 빠진 영화 영화에 빠진 사랑』이다. 2011년이었고 당시 나는 입사 1년 차,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신입이었다. 이 책은 제목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랑에 대한 영화를 다룬다.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로 당시 사랑과 무관하게 그저 회사 적응만 중요한 줄 알던 나는 사랑도 영화도 잘 모르면서 유독 재밌게 읽었다. 다루고 있는 영화를 보지 않아도 되는 책. 읽고 나면 비로소 영화가 보고 싶어지는 글. 그 때문일 것이다. 강유정 평론가는 문학과 영화, 신문과 방송, 잡지와 책… 분야와 매체를 가리지 않고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는 국민 평론가다.

 

강유정 평론가의 첫 평론집은 2007년에 출간된 『오이디푸스의 숲』이다. 등단 2년 만에 나온 책으로, 2년 만에 책을 엮을 수 있다는 건 그것이 출간되었다는 것 이상의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당시 그녀가 문학계에서 얼마나 주목받고 있었는지, 주목받는 만큼 얼마나 성실하게 많은 글을 써냈는지. 정확히 2005년에 등단한 강유정 평론가는 이 책을 통해 2000년 문학의 지도를 그리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세기가 바뀔 때 문학에서 일어난 사유의 풍경이 궁금한 분들은 이 책을 꼭 보시길!

 

그리고 두 번째 평론집이 나왔다. 제목은 『타인을 앓다』. 첫 번째 평론집 이후 무려 9년 만이다. 『오이디푸스의 숲』이 패기와 열정으로 쓰인 신진 평론가의 목소리라면 『타인을 앓다』는 좀 다르다. 1년에 수차례의 문학상을 심사하고 대중과 평단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중견 평론가로 자리 잡기까지 그녀가 쌓아올린 수많은 비평의 계단과 그 과정에서의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책을 내놓는 마음도 달라 보였다.

 

“두 번째 평론집을 정리하면서, 초교를 끝내는 그 순간까지도 서문을 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나의 두 번째 평론집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타인, 고통 그리고 연민이다. 정리해 두고 보니, 지난 8년의 시간 동안 매달렸던 게 이 단어에 들어차 있다. 그런데, 막상 타인의 고통에 대해 연민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이며 또한 내게 허락된 능력일까라는 의구심과 절망에 빠져 버렸다. 그래서 글을 모아 두고도 서문을 쓰지 못했다. 타인의 고통에 대해 완벽한 공감을 느끼는 것이 연민이라면 과연 나는 타인을 진정으로 연민했던가?” -서문에서

 

『타인을 앓다』는 2000년대 중반 이후의 소설들을 ‘공감’과 ‘연민’이라는 키워드로 읽는다. 공감과 연민으로 문학 읽기. 불가능한 경험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은 비평 체험. 그래서 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이 책을 강유정 평론의 에티카라고 소개한다. 문학을 통해 살아보지 못한 인생을 체험하듯 비평글을 통해 시도해 보지 못한 공감과 연민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타인을 앓다』는 강유정 평론가에게만 특별한 책이 아니라 문학을 애독하는 독자 모두에게 특별한 책이다.

 

 

민음사 편집부 박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