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구글에 가다』 저자의 사생활

작년 9월, 세계적인 인지과학자 스티븐 핑커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빅뉴스를 곧 발표하겠다고 공지했다. 뭔가 실험을 하려는 거라거나, 외계인의 존재를 밝힐 것이라거나, 머리를 자를 것이라는 등의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핑커가 밝힌 소식은 바로 아내인 리베카 골드스타인이 백악관에서 수여하는 국가 인문학 훈장을 받는다는 자랑이었다.1) “철학을 문화적 대화의 장으로 불러온다.”라는 선정 이유에서 보듯 리베카 골드스타인은 심오한 주제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는 저작들로 유명한 철학자이자 소설가다. 핑커가 글마다 인터뷰마다 아내 골드스타인을 인용한다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한다…….

 

리베카골드스타인 스티븐핑커

좌 스티븐 핑커, 우 리베카 골드스타인

 

 

새로 나온 『플라톤, 구글에 가다: 인공지능 시대, 철학의 의미를 묻는 최후의 대화편』의 저자 리베카 골드스타인을 소개할 때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 중 하나가 이 부부 이야기다. 오늘날 철학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과학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환생한 플라톤이 직접 답하는 이 책과 과학자-철학자 부부 이야기는 절묘하게 통한다. 그런데 이렇게 저자의 사생활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하는 게, 특히 여성 작가를 남편의 명성에 기대서 말한다는 게 나로서 켕기기도 했다. 다른 분야들에서처럼 철학에서도 여성 작가가 남성 작가에 비해 드문 가운데, 뛰어난 작가를 홍보하면서 ‘누구의 부인’ ‘누구의 딸’ ‘누구의 어머니’라는 식으로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 이 책의 주인공 플라톤을 소개할 때도 마찬가지라는 점이 떠올랐다. “우리는 플라톤의 사생활에 대해 아는 것이 극히 적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드라마 같은 소크라테스의 인생이 플라톤이라는 한 인간을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이다.”(본문 20쪽) 플라톤은 사랑하는 소크라테스의 영향 아래 평생 살았다. 젊고 잘생긴 20대 후반의 플라톤은 늙고 못생긴 70살의 소크라테스가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는 죄목으로 아테네인들에게 사형 선고를 받은 사건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골드스타인의 해석에 따르면 이상적이고, 진지하고, 인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플라톤은 광장에서 아무한테나 말 거는, 자신에 대한 조롱에 호탕하게 웃는, 너무나 인간적인 소크라테스를 사랑하면서 인간에 대한 혐오감을 다스리게 되었다.

플라톤의 사생활은 보편적인 진리를 추구하는 철학의 목표가 특수한 개인에 대한 사랑에서 추동된다는 역설을 그대로 보여 준다. “에로스는 우리 자신 말고 외부에 있는 무언가를 향해 열정적인 관심을 기울이도록 이끌어 주고, 그로 인해 우리의 관심은 안이 아니라 바깥을 향하게 된다.”(398쪽) 이것이 유명한 『향연』에 나오는 에로스의 의미다. 플라톤 자신이 에로스의 산 예라면, 그러한 예의 두 번째로 “다음에 무슨 책을 쓸 것인가는, 지금 상대방이랑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느냐에 달렸다.”2)라고 할 골드스타인과 핑커 부부를 들어도 문제가 없겠다는 생각이 비로소 들었다.


1) 스티븐 핑커(@sapinker)의 트윗(https://twitter.com/sapinker/status/639083137516077057)과 과학 전문 번역가 김명남(‏@starlakim)의 트윗(https://twitter.com/starlakim/status/639570735418097664) 참고. 
2) 사이언스북스 블로그 http://sciencebooks.tistory.com/579

 

민음사 편집부 신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