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혁 | 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 박수 외 49편

▶ 심사위원 : 김혜순, 김기택, 서동욱
▶ 본상 : 상패
▶ 부상 : 상금 1,000만 원

2014년 제33회 <김수영 문학상>에는 모두 78명의 응모자가 각기 50편 이상의 시를 묶은 원고를 보내주었다. 문단의 주목을 받으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젊은 시인들뿐 만 아니라 지면 바깥에서 묵묵히 작품 활동에 매진해왔던 시인들의 참여 또한 도드라졌다. 신선한 개성과 전위적 시 정신으로 무장한 젊은 시인들의 작품으로 인해 《세계의 문학》편집진들은 이번에도 심사 결과를 고대할 수밖에 없었다.
심사 방법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예심과 본심위원을 구별하지 않고 심사위원들의 1차 독회를 거쳐 예심을 통과한 작품으로 다시 교독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또한 응모자의 이름과 약력 등이 명기된 앞뒤 표지를 모두 제거하고 작품이 접수된 순서대로 번호를 매기는 방식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에 만전을 기하였다. 심사는 김혜순 시인과 김기택 시인, 문학평론가인 서동욱 교수가 맡아 주었다. 치열했던 예심을 통과해 본심에 오른 작품은 다음과 같다.

「궤」 외 57편
「과녁을 이해하는 화살은 없다」외 49편
「장복(臟卜)」 외 49편
「시작은 코스모스」외 51편
「구체적 소년」외 52편
「잘린 머리 송가」외 49편
「레위기 저녁」외 49편
「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박수」외 51편

본심은 10월 20일 민음사 회의실에서 진행되었다. 각각의 작품이 지닌 장단점을 오랜 시간 논의하였다. 긴 시간에 걸친 열띤 토론 끝에 「모스브카예술극장의 기립박수」외 51편을 올해의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수상소감

기혁

*기혁 : 1979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2010년 《시인세계》신인상(시), 201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평론)로 등단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동국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이 세계에 대한 부채감보다는 일상의 평온이 불안했다. 차가운 대리석 식탁에 앉아 그보다 찬 커피를 마셨고, 조각상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식탁 속에서 일어난 조각상이 완전한 사람이 된다면 우리의 빈곳은 어떤 태풍의 눈이 될까. 품고만 있어도 폐허로 변하던 사랑이 비에 젖은 바짓단처럼 북상 중이다. 타인의 체온에 나의 체온을 덧붙여 가는 일, 어색함을 줄여가는 일. 시를 쓴다는 것은. 그러므로 이것은 지나간 이물들에 대한 내 마음의 에코다. 한 없이 기쁘고 감사하다. 이 글에 생략된 나의 프러포즈와, 가족애와, 사제의 정을. 생략에 생략을 거듭한 선후배 시인들의 형용사들을. 오늘, 사람이 모일수록 늘어나는 객석을 당신들께 보냅니다. 기립박수를 받고 싶은 것이 아니라, 열렬하게 치고 싶은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