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와앞치마_표지띠지입체_웹용

나는 ‘먹방’, ‘쿡방’이 좋다. 다들 잠든 밤 시간, 거실에 나와 맥주 한잔하며 쿡방을 보다가 다이어트와는 멀어지기도 하지만, 보는 내내 유쾌하고 만드는 법을 배워 식구들한테 만들어 줄 수도 있으니 내겐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이 책은 식도락과 요리에 대한 열망이 불씨가 되어, 나의 오랜 저자인 조선희 작가와 요리와 사진이라는 다른 분야를 결합시키는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급진전되었다. 「냉장고를 부탁해」를 첫 회부터 시청한 팬으로서 최현석 셰프와, 나의 오랜 저자인 조선희 작가의 콜라보 작업은 때로는 힘들었지만 여러모로 색다르고 유쾌한 경험이었다.

우리는 올여름부터 논현동 조선희 작가의 집에 열 차례쯤 모였다. 미리 주제를 잡아 두 저자에게 전달해서 이야깃거리를 준비하도록 했고, 약속 날이 되면 최현석 셰프는 그날의 요리 재료를 차에 가득 싣고 나타났다. 이 평범하던 식재료들은 몇 시간 후에는 놀랍게 변신해 조선희 작가의 카메라에 초상 찍히듯 담겼다. 처음엔 약간 어색하기도 했던 두 사람은 음식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요리를 하고, 사진을 찍고 나눠 먹으며 점차 편안한 사이가 되어 갔다. 전혀 다를 것만 같던 두 사람은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라든지 둘 다 사진과 요리를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각자의 분야에서 이십 년 넘게 일해 왔다는 점, 비슷한 나이와 소탈한 성격 등 공통점이 하나둘 발견되며 이야깃거리가 점점 더 풍성해졌고, 장난기는 많지만 방송과 달리 허세는커녕 무척 진지한 최현석 셰프, 세 보이지만 속은 여리디여린 조선희 작가, 두 사람의 진솔한 면모를 매번 확인할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나락에 떨어지고 모든 것에 의욕이 사라졌을 때,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힘들고 아팠던 나를 위로하는 음식이 있다. 누군가가 나를 위로하기 위해 준비한 음식은 그 정성 때문에라도 힘을 얻게 된다.”-책 속에서

내게 특별한 보너스가 있다면, 냉부 출연진들이 눈앞에서 만든 셰프의 음식을 맛보듯 책에 나온 모든 음식의 과정을 지켜보고 맛볼 수 있었다는 것! 비주얼을 만들어 내는 데 두 분야에서 꼽히는 인물들과의 작업은 무척이나 유쾌했다는 것. 반면 분야에서 가장 바쁜 사람 둘을 한자리에 여러 번 모이게 하는 것은 생각보다 늘 항상 무척 힘든 일이었다는 것

민음사 편집부 김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