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맥 매카시의 『국경 3부작』 영혼을 사로잡는 아름답고 잔혹한 서부 묵시록

 

 

『로드(The Road)』(2006)로 2007년 퓰리처 상을 수상한 작가 코맥 매카시는 포크너, 헤밍웨이와 비견되는, 미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다. 문학평론가 헤럴드 블룸은 그를 ‘이 시대를 대표하는 4대 미국 소설가’로 뽑기도 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그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근래의 일이다. 코맥 매카시가 이미 미국에서는 1980~1990년도에 베스트셀러를 발표하고 미국의 중요한 현대 작가로 떠올랐다는 점을 생각하면 뒤늦은 소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코맥 매카시를 처음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든 작품이 바로 ‘국경 3부작’이라는 것을 상기하면 이 작품의 뒤늦은 소개는 더욱 아쉽다. ‘국경 3부작’은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대를 배경으로 인간의 잔혹함과 세계의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세 작품, 『모두 다 예쁜 말들』, 『국경을 넘어』, 『평원의 도시들』을 말한다. 평단의 주목을 받으며 작가로서 입지를 다지는 중이었지만, 무명작가에 가까웠던 매카시가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대중들에게도 크게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던 전설적인 작품들이다.
‘국경 3부작’의 각 작품은 독립적인 이야기지만, 중요한 배경이 되는 곳이 모두 멕시코 국경 지대라는 공통점을 지니며, 『모두 다 예쁜 말들』과 『국경을 넘어』에서 열여섯 살 소년으로 등장했던 주인공들이 이후 성장하여 『평원의 도시들』에서 만나는 연결 고리를 가진다. 매카시는 영혼을 울리는 문체라고까지 표현되는 그 특유의 매혹적인 문장으로, 인간이 맞서야 하는 쓸쓸하고 냉혹한 세계를 그려 냈다. 잔혹한 세계 앞에 홀로 서서 소중한 모든 것을 잃어 가며 삶과 죽음, 신과 운명에 대해 질문하는 소년들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고독한 한 인간이 국경이라는 경계를 넘어 세상을 만나고 삶과 죽음에 대한 진실을 깨달아 가는 여정이 때로는 말을 사랑하는 카우보이 소년의 쓸쓸한 낭만으로(『모두 다 예쁜 말들』), 때로는 모든 것을 앗아가는 세상을 향한 비탄으로(『국경을 넘어』), 때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신화적 숭고함으로(『평원의 도시들』) 아름답게 그려진 ‘국경 3부작’은 닮은 듯 다른 매력을 보이며 이 가을 묵직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Tip.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이후 최근 들어 할리우드에서 그의 작품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로드』를 비롯해 『바깥의 어둠』, 『핏빛 자오선』 등을 영화화한 작품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국경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인 『평원의 도시들』도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2006년 개봉, 브래드 피트 주연)을 연출하여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앤드류 도미닉 감독이 2012년 개봉을 예정으로 한창 준비 중이다. ‘국경 3부작’ 중 가장 흥미로운 드라마를 보여 주는 『평원의 도시들』을 웨스턴 연출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의 연출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대가 크다.

[민음사 편집부 박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