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금 쌍담』 “선생님, 벌써 새벽 4시라고요!” 기나긴 한여름 밤의 강연을 추억하며

천성적으로 게으른(느긋한) 탓에 아침밥보다 단 십 분이라도 더 자는 걸 좋아하고, 책을 읽을 때조차 앉아 있기보다는 누워 뒹구는 편입니다. 한평생 밤을 지새우며 공부해 본 적도 없고, 술자리에서 젓가락 반주를 두드리다가도 난데없이 잠이 들곤 했습니다. 새벽에 눈을 뜬 순간부터 ‘퇴근했으면 좋겠다, 아니 빨리 잠자리에 들었으면!’ 하고 염불을 외는 저에게 일생일대의 위기가 닥쳤으니…… 바로 『30금 쌍담』이었습니다. 모두 알다시피(?) 이 책은 벙커 1 화제의 강연 「30금 시네마」를 글과 이미지로 엮은 것입니다. 그럼 이쯤에서 ‘도대체 무엇 때문에 겁을 집어먹었느냐?’라고 묻고 싶어질 겁니다. (물론 궁금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철야 상담의 대가’ 철학자 강신주, 영화 비평계의 ‘매의 눈’ 이상용,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는 벙커 1. 어쩐지 밤샘을 피할 수 없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2

1

네 번의 강연, 1백여 개의 질문들. 어느덧 택시 할증이 풀리는 새벽 네 시가 돼 있었다.

(※책의 띠지는 버리지 마세요, 벽에 양보하세요.)

 

역시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 걸까요? 첫 강연 때부터 대만원(오늘, 30금, 로맨틱, 성공적!), 새벽 3시가 넘도록 강행군이 이어졌습니다. 이리하여 무시무시한 네 편의 영화들, 눈을 반짝이는 청중, 열의로 이글이글 타오르는 두 선생님들과 함께 ‘밤으로의 긴 여로’가 열린 것입니다. 그런데 불안을 가불해 벌벌 떠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고, 제 군걱정은 곧 훌훌 날아가 버렸습니다. 아아, 정말 보통 영화가 아닌데?(「감각의 제국」, 「살로, 소돔의 120일」……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아니, 강연은 또 왜 이렇게 재밌어?(추억은 늘 아름답다?) 오, 질문이 하나같이 위험하다, 위험해!(네 번의 강연, 1백여 개의 질문들.) 정말 졸릴 틈이 없을 정도로 숨 가쁜 여정이었습니다. 메르스(MERS)를 뚫고 섹스와 폭력, 정치와 종교를 종횡무진 들쑤시고 다녔으니, 더 말해 뭣하겠습니까? (자세한 내용은 『30금 쌍담』에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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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금 시네마」 마지막 강연.

수강생(?) 여러분께서 새벽녘에 직접 마련해 온 술과 안주로 한바탕 쫑파티가 벌어졌다.

도대체 새벽 3시에 전과 온갖 분식을 어찌 준비해 오셨는지, 여전히 미스터리다.

 

2016년 병신년(올해엔 유독 ‘붉은 원숭이 해’라고 풀어 부릅니다만!) 새해가 밝았습니다. 세상살이는 점점 더 각박해지고, 정세 또한 들썩이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살풍경하고 어두침침한 시대를 바꿀 수 있는 건 결국 우리 자신이니까요. 강신주와 이상용 선생님이 긴긴 밤을 뚫고, 또 『30금 쌍담』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바도 다른 게 아닙니다. 세상이 어두워질수록 눈을 더 크게 떠야 한다고, 금기에 휘둘리지 않는 주체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기성 체제가 싫어하는) 그런 ‘나쁜 사람’만이 세계를 바꿀 수 있다고……. 그러니 어찌 제가 잠들 수 있었겠습니까? 아무리 새벽 4시라 해도.

민음사 편집부 유상훈

연령 20~40세 | 출간일 2016년 1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