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부탁해요, 폼포니오』 소설 속 숨은 패러디를 찾아서, 성경으로 GO GO!

 

 

예수가 기적을 행하며 복음을 전파한 공생애 이전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그렇기에 베일에 싸인 예수의 어린 시절은 상상력 풍부한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온갖 ‘설’이나 이야기의 재료로 쓰이며 때때로 신성 모독 논쟁을 일으키곤 한다. 문학성과 대중성을 겸비하고 있으며, 스페인에서 ‘사전 예약 판매’를 할 수 있을 만큼 막강한 독자층을 지닌 작가 에두아르도 멘도사 또한 신작 『예수를 부탁해요, 폼포니오』에서 예수의 어린 시절에 상상력의 숨을 불어넣었다. 호기심 많은 철학자인 로마 시민 폼포니오가 아버지의 살인 누명을 벗겨 달라는 꼬마 예수의 의뢰를 받고 좌충우돌 수사를 하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성경 속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며 그들의 역사적 족적이 매우 교묘하게 짜깁기되어 있기에 성경을 아는 만큼 이야기의 살이 더욱 풍부해진다. 한국 독자들의 기독교적 지식이 부족할까 봐 ‘한국어판 서문’에 기독교의 역사를 요약해 준 작가의 배려가 괜한 것이 아니다. 자, 이제 『예수를 부탁해요, 폼포니오』를 100배는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팁을 드리겠다.

“영원토록 열매 맺지 못하리라” 수사를 시작하고서 사건의 단서를 찾기 위해 에풀론의 집 담벼락에 오른 예수는 무화과나무가 시야를 가리자 무리하게 움직이다가 떨어지고 만다. 그러자 화가 난 예수는 “빌어먹을 무화과나무 같으니라고! 너는 절대 열매를 맺지 못할 거다!”라고 중얼거리는데 이는 「마태복음 21장 19절을 패러디한 대목. 제자들과 함께 길을 가던 예수가 열매를 맺지 못한 무화과나무를 향해 “영원토록 네가 열매가 맺지 못하리라.” 하자 나무가 곧 말라 버린다.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는 「누가복음에서도 언급되는데 이는 예수가 제자들에게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가르침을 줄 때에 비유로서 등장한다.

예수께서 말씀하시니 죽은 나사로가 살아났다네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 본의 아니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나사로는 문둥병에 걸린 거지로 유용한 정보를 주겠다며 돈을 요구하고는 “모두가 나쁜 사람일 수도 있고 좋은 사람일 수도 있다.”라는 뻔한 말만 늘어놓아 폼포니오의 화를 돋우고, 문둥병을 무기로 위협하여 어린 예수를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나사로 역시 「요한복음(11장)에 등장하는데 병들어 죽은 후 나흘 만에 예수가 “나사로야.” 하고 부르자 무덤에서 살아서 걸어 나온다.

“내 아버지의 집으로 장사하는 집을 만들지 말라” 해가 지고 극심한 더위가 수그러들자 폼포니오는 낮과는 달리 활력으로 가득한 도시를 목격하게 된다. 도시 전체가 시장판으로 변한 것처럼 되는데 특히 신전에도 환전상들이 좌판을 펼쳐 놓고 장사를 한다. 이는 「요한복음(2장)에 예수가 신전에서 소와 양과 비둘기 파는 사람, 돈 바꾸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을 내쫒으며 “내 아버지의 집으로 장사하는 집을 만들지 말라.” 하고 말하는 장면과 연결된다.

골로다 가는 길을 예언한 배고픈 폼포니오 수사를 위해 사마리아 여인 사라의 집으로 가면서 폼포니오는 배고픔과 더위, 불안정한 생체 리듬 때문에 비틀거리며 수차례 길바닥에 쓰러지고 만다. 그럴 때마다 예수가 그를 일으켜 세우며 길을 재촉하자 폼포니오는 “네가 어른이 되면 숨도 돌리지 못하게 하며 길을 재촉한다는 게 어떤 건지 알게 될 거다.” 하고 말한다. 훗날 예수는 형이 집행될 골고다 언덕을 향해 십자가를 짊어지고 가게 되는데(「누가복음」 23장) 고문으로 인한 상처와 갈증으로 가던 길을 멈추고 쓰러지는 모습은 예수가 등장하는 소설이나 영화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장면이다.

사흘 만에 열리는 무덤과 요셉의 십자가 요셉은 목공 지식을 이용해 봉해진 지 사흘 만에 무덤의 문이 저절로 열리게 하는 장치를 고안해 내는데, 폼포니오는 “정말 독창적인 아이디어요. 사흘 동안 무덤에 갇혀 있다가 부활한다는 거, 누가 그런 일을 믿을 수 있겠소?” 하며 감탄한다. 또한 요셉과 폼포니오가 대화를 나누는 마당 한쪽 구석에 요셉이 자신의 처형을 위해 만든 십자가 세 개가 놓여 있는데, 살인 누명을 벗은 그에게 폼포니오가 십자가를 쓸 생각이 있는지 묻자 그는 “좀 더 나중에, 어디에 쓸데가 있을지 두고 봐야지요.” 하고 대답한다. 이런 장면들은 나중에 예수가 골고다 언덕에서 도둑 두 명과 함께 십자가형을 받아 죽게 되고, 죽은 지 사흘 만에 무덤에서 부활한다는 성경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이는 예수에게서 받은 사례금을 마리아에게 돌려주며 “예수의 교육에 사용하십시오. 영리한 아이이니, 웅변술이든 생리학이든 뭐든 종교와 상관없는 것을 공부시키십시오.”라는 폼포니오의 충고와 더불어 예수의 나중 운명을 상기시키며 애잔한 느낌마저 자아낸다.

이 사람을 아시나요? 요셉과 마리아, 예수를 비롯하여 나중에 예수가 죽음에서 살리는 거지 나사로,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이 된 마태, 메시아의 도래를 예언하는 세례 요한과 그의 부모 사가랴와 엘리사벳, 사두개파 대제사장 아나누스, 갈릴리 서쪽 막달라 출신으로 예수의 열렬한 추종자가 된 마리아, 로마 시민이었으나 회개하고 예수를 믿게 되는 유다 벤허, 예수의 십자가형으로 인해 목숨을 건지는 도적 바라바 등이 이 작품에 등장하는데 이들이 작품 속에서 어떤 역할로 등장하는지 확인하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민음사 편집부 박향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