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 ‘죽음의 사진가’ 발터 셸스, ‘죽음의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

독특한 별명의 소유자라는 것 외에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감상자로 하여금 작품을 통해 새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예술가라는 것.

인간에게 있어 죽음은 참 묘한 단어이다. 누구나 결국 맞이하게 되지만, 살아가는 동안 죽음이라는 운명을 돌아보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러나 우리는 황혼을 배경으로 절규하는 뭉크의 그림을 보며, 호스피스 병실의 얼굴들을 담은 셸스의 사진집을 넘기며, 선율마다 그림자가 드리운 말러의 음악을 들으며 바쁜 일상의 삶 속에서 떠올리기 힘든 죽음의 의미에 대해 차분히 되새기게 된다. 죽음을 일상으로 살아간 예술가들의 작품만이 환기시켜 줄 수 있는 특별한 정서다.

윤의섭 역시 이들과 같이 ‘죽음의’라는 별난 수식어를 얻은 시인이다. 데뷔 이래 줄곧 ‘삶에 드리운 죽음이라는 그림자, 죽음을 향해 흐르는 삶이라는 시간’을 주제로 한 시를 발표하며 우리에게 살아가는 동안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할 죽음의 문제를 떠올리게 해 온 그. 특히 이번 시집 『마계』에서 불혹을 넘긴 시인의 눈에는 한발 더 죽음에 다가간 세월의 길이만큼, 죽음의 본질에 대해 더 또렷한 상이 포착된 듯하다. “펼치지 말아야” 할 책이자 “영원한 침묵의 봉인”이라고 삶 속의 죽음을 비유하는 한편, “먼 길을 떠나왔고 다시 먼 길을 떠나려면/ 쌓인 여로는 죽은 자의 기억인 듯 묻어 버려야” 한다고 죽음을 통해 다시 삶을 정의하고 있는 그의 시는 ‘당신’과 ‘나’를 포함한, 사라져 가는 모든 것들에 대한 공감으로 가득하다.

오늘, 잠시 바쁘게 걷던 걸음을 멈추고 이 ‘죽음의 시인’이 그려 낸 마법의 세계(魔界)에서 자신의 황혼을 상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민음사 편집부 양은경]

윤의섭
출간일 2010년 3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