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 어떻게 쉬어야 잘 쉬는 거지?

 

 

다들 어떻게 쉬고 계신가요? 지난 토요일, 놀러 가려고 끊어 놓은 차표가 있었는데 새벽에 비가 오는 거예요. 자리에서 일어날까 말까 고민하다가 벌떡 일어났어요. 떠나면 어쨌든 좋을 거라고 생각하면서요. 아침도 못 먹고 차 시간을 대느라 저기압이었지만…… 조용한 읍내에서 시루떡을 사 먹고 걸어 다니면서 기분이 풀리기 시작했죠. 
‘갈까 말까 고민될 때는 가자’가 신조인 저는 이번 《한편》 ‘쉼’ 호에서 떠나기를 담당하고 있는데요. 아무것도 하지 않기씨앗 심고 기르기를 택한 동료들과 서로 다른 쉼에 관해 얘기하느라 바쁘답니다.(다가오는 마감) 저에게는 만화책 보기도, 텃밭 가꾸기도 마음먹고 해야 되는 일인데, 그런데도 얘기를 듣다 보면 쉬는 시간에 나도 저걸 해봐야겠다고 영향을 받는단 말이죠.
여러분은 어떻게 쉬나요? 한편의 대망의 설문조사로 여러분의 쉬는 이야기를 청해 듣고 ‘쉼’ 호의 소중한 참고로 삼고 싶어요. 민음사 멤버십 회원에게는 참여하면 전원 5000포인트가 지급되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꿀팁. 2024 민음북클럽에 가입한 회원이 이 한편 뉴스레터를 구독하면 무려 20000포인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구독자 급등 중)
지난 통영에 다녀온 레터부터 일기를 탐구하는 중인 저는 여행길에도 일기들을 읽었어요. 여행기도 읽고, 산문집도 읽고 이책저책 읽다 보니까…… 사람들이 일기를 책으로 내는 과정에서 만든 거리가 인식되면서도(왜 이 얘기는 더 안 들려주지? 왜 이 부분이 검열됐지!) 어쨌든 그 사람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느라 감각이 민감해지더라구요. 예를 들어 지옥책을 읽자 지옥이라는 말에 민감해졌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함부로 기대하지 않는다. 남에게 쉽게 기대하는 사람은 쉽게 실망하기 마련이다. 그것보다 무례한 일이 또 없다. 기대하는 일에 지쳐서 침대에 누워 버린 사람. 현명한 사람은 자기가 전보다 좋은 사람이 됐다고 생각하는 은둔형 외톨이다. 이쯤에서 현명한 사람을 지옥으로 보내야 될 것 같다. 모스크바 공항으로.”(김승일, 『지옥보다 더 아래』, 178쪽)
그러니까 일기의 감각이라는 게 있는데요. 일기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저의 롤 모델은 안네의 일기, 난중일기, 열하일기와 같은 유명한 일기인데…… 이렇게 적고 보니 이제 유명한 책을 내야 한다는 11년차의 압박밖에 안 느껴지지만…… 다른 사람들의일기를 봐도 역시 그 사람의 강박이 주제가 되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죠. 예를 들어 작업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스며 있는 아래 대목처럼요.
“작업실 와서 커피 내려 마시면서 미츠키 새 앨범 들었다. 2018년, 다섯 번째 앨범 <Be The Cowboy> 발매 직전 ‘피치포크’와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미츠키가 ‘음악을 계속 만들기 위해 한 사람으로서의 나를 포함한 모든 것을 소홀히 할 것’이라고 말했던 게 계속 생각났다.”(금정연, 『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 47쪽)
이 책의 제목 ‘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은 수전 손택의 일기에서 따온 건데요. 모든 일기가 담고 있는 다짐이 바로 책의 제목이 되어 있어요. 다른 많은 건 돌아서면 까먹지만, 이렇게 남이 하는 다짐은 또한 잊을 수 없는 메시지로 남는 것 같아요.
전 요즘 블로그 이웃들의 일기를 읽는 게 책 읽는 것보다 재밌는데요. 왠지 책은 일과 연결해서 읽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어서 그런가 싶기도 해요.
그런 면에서 일기만큼이나 제게 일탈이자 순수한 즐거움인 읽기가 또 있는데, 바로 어린이책 읽기입니다. 저는 그림책을 보고 동화 읽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데,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오직 즐거움을 위한 일이네요. 요즘 제게 양육자라는 새로운 정체성이 생기면서 어린이책과의 관계가 조금 바뀌기도 했지만, 여전히 정답고도 즐거운 친구인 것만 같아요.
“어제의 어린이와 같으면서 또 다른 오늘의 어린이가 함께 놀자고 부르고 있습니다. 아이를 기르거나 가르치느라 날마다 어린이를 만날 일이 없다 해도, 함께 사는 시민인 그들 곁에서 다정하고 친절한 이웃이 되고 싶어 하는 어른들이 많다는 것을 압니다. 어린이책을 읽는 일은 어린이 곁에 설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책 속에서 만나는 어린이들이 현실의 어린이들을 어떠한 시선과 마음으로 만나야 할지 우리 어른들에게 알려줄 겁니다.”(김유진, 『구체적인 어린이』, 머리말에서)
성큼 다가온 5월 5일 어린이날에 맞춰 출간될 이 책, 표지를 미리 살짝 보여드려요. (이미지를 눌러 보시면 연재했던 글을 읽어 보실 수 있어요!) 오랫동안 좋은 어린이책을 읽고 평론하고, 또 동시도 쓰는 김유진 작가가 권하는 어른을 위한 어린이책 읽기 책입니다. 어린이책의 오랜 독자로서, 멋진 내 친구를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은 그런 마음으로 편집을 했네요. ‘나도 어린이책을 한번 읽어 볼까?’ 그런 마음이 드셨으면 좋겠어요!
- 아무것도 하지 않은 주말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어느 영혼을 미선님이 달래주셨어요. 이번 편지는 특히 다음 한편에 대한 기대감을 마구 높여주는 것 같아요. 제대로 쉬고 싶다고 생각했지 제대로 쉬는게 뭔지도 모르는 이 모지랭이에게 길을 가르쳐 주실 수 있으실까요?
-그냥 지금은 다 좋은 것 같아요. 다만 혹시라도 여건이 된다면 결혼 준비에 대한 내용도 다뤄주시면 안될까요? 결혼준비를 시작했는데 제가 갈대가 되어버린 것 같거든요.
헤헤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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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에스텔레
    2024.4.24 5:23 오후

    글 내용도 유익했는데 마지막 강아지 사진이 짧은 시간이나마 마음에 쉼을 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