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 봄 봄 봄 봄이 왔어요

 

 

놀고 싶지만 일은 해야 해
 지난 주말 오랜만에 한강변을 산책했어요. 마른 풀밖에 없던 공터에 서너 명 단위의 무리가 옹기종기 모여 노는 모습을 보고 ‘정말 봄이 왔구나.’ 생각했지요. 얼마 없는 주말의 봄을 부지런히 누려야 한다는 느낌은 동물적 감각이 아닌가 해요. 아직 쌀쌀한데도 멋쟁이 트렌치 코트를 챙겨 입은 사람을 보며 저 역시 봄에 걸맞은 기운을 끌어 올려야겠다 싶었답니다.
한편 사무실 안의 저는 다음 《한편》 ‘쉼’ 호 참고도서들과 대치 상태에 있어요. 쉼에 관해 ‘저마다에게 맞는 쉼의 방식이 있다’, ‘고유한 쉼 방식은 경험을 해 봐야 안다.’는 가정을 세우고 “침묵”, “명상”, “놀이” 같은 것들을 확장 키워드로 꼽아 보았는데요. 이참에 공부할 각오로 책을 펼치긴 했지만 아직 낯선 용어, 겪어 보지 않은 영역에 거리낌이 있나 봐요. 명상 원데이 클래스라도 들어봐야 할까요? 경계심을 낮추며 읽은 몇몇 부분을 짧게 아래 옮겨 볼게요.
Q. 명상은 종교적 행위인가요?
종교에서 비롯된 기법도 있지만, 명상 자체는 여러분의 마음을 위한 활동입니다. 비종교적 기법을 따라간다면 특정 종교를 믿지 않아도 명상을 할 수 있으며, 다른 어떤 종교나 무신론과 부딪힐 일도 없습니다.
Q. 명상과 마음챙김은 같은 것인가요?
아닙니다. 마음챙김이라는 말은 서로 다른 여러가지를 지칭할 수 있습니다. 우선 자신의 호흡을 살피거나 현재의 경험에서 떠오르는 생각과 느낌을 관찰하는 활동을 마음챙김이라고 부릅니다. 이 경우 마음챙김은 명상의 수많은 유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마음챙김은 의식과 기억, 집중력의 질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경우 마음챙김은 모든 종류의 명상에서 사용하며 일상 가운데 쉽게 행할 수 있는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지오반니 딘스트만, 서종민 옮김,
『명상에 대한 거의 모든 것』(불광출판사, 2020), 12쪽
말은 침묵 이상의 것이다. 그것은 말을 통해서 진리가 그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침묵 속에도 역시 진리가 있기는 하지만, 그 속에 진리가 있다는 것은 침묵의 경우에는 말의 경우만큼 특징적인 것이 되지 못한다. 침묵 속에 진리가 있다는 것은 다만 그 침묵이 존재 일반의 질서 속에 있는 진리에 참여하는 한에서이다. 침묵 속에서 진리는 수동적이다. 진리는 침묵 속에서는 잠들어 있는 것과 같다. 그러나 말 속에서 진리는 깨어 있고, 말 속에서 진리와 허위에 대한 능동적인 결단이 내려진다.
말을 그 자체가 본질적으로 짧다. 그것은 다만 침묵 속의 한 틈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말은 진리를 통해서 비로소 그 지속성을 얻게 되고, 진리를 통해서 하나의 독자적인 세계가 된다. 그리고 진리를 통해서 말에 지속성이 생기는 까닭에 말은 소멸하지 않는다. 말이 생겨서 나왔던 침묵은 이제 진리를 둘러싸고 있는 신비로 변하게 된다.
― 막스 피카르트, 최승자 옮김, 「침묵, 말 그리고 진리」,
『침묵의 세계』(3판)(까치, 2010), 35쪽
이렇게 더 잘 쉬는 법을 찾으며 ‘쉼 선언’을 한 저지만 올봄 놀이 계획은 전무합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침대에 누운 채 온라인 세계에서 가열찬 덕질을 하느라 현실에 접속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꽃놀이에 데리고 가 줄 누군가를 기다리며 개화 지도를 찾아보니 아랫동네에서는 당장 다음 주부터 벚꽃이 핀다고 합니다. 또 지난 1월 말에 시작한 『재난에 맞서는 과학』 릴레이 북토크 마지막 행사도 드디어 확정되었는데요. 바로 서울에 벚꽃이 핀다는 4월 첫 주 토요일이랍니다. 기후위기 영향으로 봄꽂 개화 시기가 들쑥날쑥해졌다는 문제의식에서 서울 개화 시점과 북토크 시기를 맞추고자 조금 늦게 여러분께 소식을 전하게 됐어요. 봄꽃을 맞이하며 들뜬 동시에 뿌연 하늘에 한숨 쉬는 묘한 토요일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아아, 벌써 책갈피를 쓸 시간이 되었는데 저도 쉼에 관해 많이 못 읽었어요. 사실 휴식에 관해 알기 위해서 책을 읽어야 한다는 거부감이…… 하지만 5월호 마감이 오고 있다. 내일부터 읽겠습니다.
주말에 저는 일과 쉼이 뒤섞인 나날을 보냈군요. 진주로 출장 가는 길에 읽은 참고도서는 신간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 사이토 고헤이의 흥행 비결을 알아보려고 읽었는데, 이 책의 논지가 『삶을 위한 혁명』과 통하더라구요. “우리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매일매일 힘들어하면서 그렇게 많은 일을 하고 있을까요?” 사이토 고헤이와 에바 폰 레데커 두 저자는 마르크스의 연구 노트를 근거로 새로운 자본주의 비판을 시도하는 베를린의 최신 연구 동향을 공유하는데요. 그럼 이제 학구적이기보다 상인적인 저는 이런 생각뿐. 나의 책은 어떻게 저만큼 팔지……?
같은 고민 속에 있는 《릿터》의 ‘당신이 모르는 베스트셀러’ 커버스토리에 눈길이 가죠. 김세영 편집자의 에디터스 노트를 펼쳤습니다.(이번 한편의 책갈피는 쉬어가는 그) “매주 월요일 오전 11시에 있는 정기 회의는 온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함께 보는 일로 끝난다. 이때 회의실에는 급작스러운 침묵이 흐른다.” 이 침묵 저에게도 익숙한데…… 이 또한 막스 피카르트가 말하는 “진리를 둘러싸고 있는 신비”와 통하려나요?(절규)
문학동네 김해인 편집자의 이 글에서 하나의 실마리를 얻었어요. “베스트셀러의 흥행을 분석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 모든 것이 이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중요한 것은 그 이유를 다음에도 써먹을 수 있느냐다. 미친듯이 제2의 와야마 야마를 찾아 헤맨 결과 알게 된 것은 와야마 야마는 오직 한 명이라는 사실이었다.” 나의 저자도 오직 한 명이라는 사실을 상기하게 됐어죠. 온갖 참고도서와 경쟁도서에서 따라 할 점을 찾다가도 그 저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란 부장님이 옛사람이냐고 물었던 흑백사진 속) 저자 에바 폰 레데커는 82년생. 지금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철학자입니다. 오는 4월 3일, 저자와의 라이브 연결을 준비했어요. 『삶을 위한 혁명』 저자와 만나서 철학의 본고장 독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최신 연구, 그리고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관해 생생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꼭 놓치지 마세요!
이메일을 정리하다 오랜만에 발견해서 앗차차!! 하면서 읽었는데, 역시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해서 좋았습니다. 특히 미선 편집자의 레터 중 아파트 이름에 대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데, 사실 한 번도 아파트의 이름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요.. 그냥 아파트 이름.. 이란 인식이었는데 레터를 읽으면서 아파트 이름의 공공성까지 생각해볼 수 있다니 유익하더라고요. 그리고 레터 끝부분에 실린 아기 게 사진 너무 귀여워요!
- 좋았어요, 잘 읽고 있습니다.
- 저도 한편 뉴스레터의 글자 크기에 의문이 있었던 독자입니다ㅠㅠ 제가 한편 외에 두 개의 뉴스레터를 더 구독하는데요(혹시나 참고가 되실까 하여, 그 중 하나는 한겨레입니다). 글씨체도 다르고 하니 각각 몇 pt인지는 알 수 없으나, 타 뉴스레터보다 글자 크기가 훨씬 작아서 보기에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런데 독자 편지에 대한 답장에서 한 단계 키워서 보여주신 글자 크기보단 작은데요ㅠㅠ 그 중간 정도의 크기라면 보기에 편안할 것 같습니다.
한편 뉴스레터 좋지만, 받아봤을 때 첫인상도 ‘글씨가 작다’ 였고, 지금도 읽다보면 글씨가 작아 눈이 피로하고 답답함을 느낄 때도 있곤 하죠… 아무쪼록 이 부분에 개선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 언제나 그렇듯 좋아요! 장바구니가 또 묵직해졌네요, 크크.
- 뉴스레터는 늘 잘 읽고 있어요:3 사실 건의 하나 하려고 의견 보내기창을 열었습니다. 제가… 구독이 끝난 줄도 모르고 《한편》 ‘집’ 왜 안오지…ㅠ 나도 메일 내용에 더 공감하고 싶푼데… 문의넣어봐야 하나 몇 주째 고민하고 있다가(극도로 소심한 성격) 홈페이지 들어가니 구독이 끝났더라고요 ㅇㅅ;ㅇ……. 혹시 기존 구독이 끝나면 문자 하나만 넣어주실 수 있을까요? 쉬운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 알고 있기에 그냥 말씀만 드려봅니다 ㅠㅠ)> 그럼 수고하세용
지난 메일 피드백과 뉴스레터, 구독 건의가 나란히 들어왔네요! 글자 크기 조정은 여전히 고민입니다. “중간 크기”의 옵션이 없어 난처한 것이 1번이고, 여러분의 접속 환경에 따라 차이도 있는 듯해서요. 이 부분은 주위의 의견을 좀 더 구해 볼게요. 그리고 ‘집’ 호 왜 안 오지 고민하신 독자님… 너무 오래 기다리시게 했네요. 이 역시 구독 종료 예정자에게 미리 알림 보낼 방법을 고민 중입니다. 이번 주도 귀중한 의견 감사드려요!
축하에는 역시 떡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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