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 3월에는 뭐든지 할 수 있다

 

 

새학기 화력
3월도 벌써 중순이 되어갑니다. 꽃샘추위 속에서도 숨길 수 없는 봄기운 느끼고 계신가요? 저는 제대로 느끼고 있어요. 기승전 새끼 게로 끝났던 레터에 역대급 많은 반응이 도착했거든요! 레터 맨 끝에서 꼭 확인해주세요. 2월 말과는 사뭇 상반되는 활력을 느끼면서, 어쩔 수 없이 3월을 맞았더라도 새롭게(진짜) 시작하는 느낌은 공유한다고 생각했어요.
3월에는 뭐든지 할 수 있다. 이런 느낌으로 을 청소하고 봄옷을 꺼내고 운동을 가고 원고를 재촉하고 있는데요. 출장도 많이 잡았으니, 바로 다음 주에 광주에서 『삶을 위한 혁명』 역자와의 북토크를 두 차례나 한답니다. 탐구 시리즈가 처음 출간되었을 때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 동네서점 투어를 하면서 호남 지역에 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고, 그래서 『우리를 바꾸는 우리』 북토크를 광주 ‘책과생활’에서 했거든요.(지난해 레터에서 후기 발굴!) 이때의 만남이 마음에 남아서 동료 편집자들의 고향이기도 한 이곳에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구요. 이것이 다소 긴 ‘동네서점에 가는 이유’인데…… 한마디로 하면 ‘만남’을 찾아서라고 하겠어요.
지금 저는 스피노자에 관한 또 하나의 책을 마감하고 있는데요. 2017년에 만들었던 『스피노자의 귀환』으로부터 나온 연세대 철학과 김은주 교수의 책입니다. 10여 년에 걸친 스피노자 연구를 집대성하는 책인데요. 그만큼 학술적 깊이와 세밀함이 엄청나서 교정지 앞에서 혼란해질 때 아래와 같은 문장을 만나서 땅으로 돌아오곤 합니다.
“과잉된 정념에 종속된 개체는 자기 파괴를 향해 가지만, 전체를 고려하지 않는 부분이나 부분의 과잉된 힘에 종속된 개체나 어느 쪽에도 ‘잘못’은 없다. 문제는 다만 과잉된 정념과 상반되면서 더 강력한 정서, 곧 n-1 수준의 다른 개체, 그리고 그것을 지지해 줄 원군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해로운 정념의 통제를 위해서는 무력한 의지에 호소하거나, 근거 없는 코나투스의 ‘도약’과 같은 것에 기대하는 대신 개체를 새로운 환경에 노출하여 그것을 이루는 변용들이 외부 환경과 새롭게 연결되고 그 결과 새로운 내적 관계가 수립되도록 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김은주, 『스피노자의 형이상학』(근간) 중에서
“n-1 수준의 다른 개체”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이 장이 따라온 논의를 성실하게 밟아야만 하겠지만, 저는 일단 이렇게 새겼어요. 내가 북토크에 가는 이유는 ‘외부 환경과 새롭게 연결되고 그 결과 새로운 내적 관계가 수립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편 《한편》에서는…… 5월에 출간될 ‘쉼’ 호를 새롭게 준비하느라 마음이 부산한데요. 새롭다는 것은 이제 새로운 형식을…… 별호를 만들려는 것으로(선포) 아직 한참 달리고(헤매고) 있습니다.
급할수록 근본으로…… 저는 ‘쉼’ 호를 준비하기 위해서 쉼 중의 쉼이라고 할 하느님의 쉼에 관해서 공부하고 있어요. 천지창조를 한 하느님은 일요일에 쉬었다. 왜일까? 그 의미는 무엇일까? 귀결은 무엇일까? 저는 종교가 없어서 예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을 만났거든요. 그 뒤로 신학에서의 쉼의 의미를 따라가다 보면 지금 편집자들이 골몰하는 직장인, 해외여행, 갭이어, 자본주의……와 같은 주제를 다른 방향에서 볼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헉헉) 최근 본 가장 좋은 책이 『강아지가 알려준 은혜』예요. 쉼과 관련해서 또 편집자들이 이해하기 힘들어 하고 있는 명상, 영성, 의례의 의미에 관해 아주 직관적으로 감동적이게 들려주는 책인데요. 지난 주말 저도 우리 강아지들을 보고 왔기에 이해력이 깊어진 상태예요.
동네서점에 가는 이유는 기대 가득, 새로운 《한편》은 아직 걱정 가득인데요. 최근에 읽은 보부아르의 소설 『초대받은 여자』에 이런 대목이 있었어요. “우린 그동안 순간을 초월해서 사랑을 쌓으려고 애썼지만, 결국 확실한 건 순간뿐이야. 그러니 우리는 믿는 수밖에 없소. 그런데 믿음은 용기일까, 아니면 게으름일까?”
보부아르와 사르트르의 계약 결혼, 올가와의 삼각관계를 담은 ‘실화소설’ 『초대받은 여자』에서 주인공 프랑수아즈는 자신이 피에르와 하나라고 느껴요. 피에르 덕에 삶의 모든 순간이 명료해지고 삶이 완성된다고 여깁니다. 동시에 단조로운 일상에 고통받으며 ‘행복 속에 갇힌 느낌’을 받기도 해요. 이때 그자비에르라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서 두 사람의 관계에 균열을 내기 시작합니다. (흥미진진)
프랑수아즈의 시선에서 피에르의 달라진 모습을 묘사하는 대목이 무척 흥미로운데요. ‘하나’라는 느낌이 어떤 건가 궁금하기도 하고, 이 정도로 예민하게 상대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면 하나가 아닌 것은 이미 중요하지 않다 싶기도 하고요. 어쨌든 외부 환경과 새롭게 관계 맺기란 쉽지 않고, 그대로이든 변화하든 어떤 선택을 할 때 작동하는 믿음은 용기인가 게으름일까 생각하면 복잡해져요. 봄에 돋는 새 눈이 멋지기도 하고 징그럽기도 한 것처럼…… 뭐든지 할 수 있는 3월은 설레기도 두렵기도 한 것 같아요.
광주 동네서점 ‘소년의서’에는 3월 21일 목요일에 바로 지금 이곳에서 일어나는 혁명에 관해 이야기하구요.
동네서점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에서는 3월 22일 금요일 밤에 삶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행위를 이야기합니다.
- 이미지란 무엇인가 북토크 너무 좋았습니다! 책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해서 조금 걱정했는데 “저도 잘 몰라서 질문하러 왔다!”(ㅎㅎ)고 말씀해주신 겨울님과 찰떡같은 설명으로 어려웠던 개념들도 단번에 소화시켜주신 이솔 선생님 덕분에 토크 내내 신청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책을 둘러싼 많은 이야기를 함께 나누면서 혼자 책을 읽었을 때보다 더 풍성하게 책을 이해할 수 있어서 앞으로도 탐구단 행사 있으면 꼭 참여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아파트 이름에 대한 한편의 글을 보고 우리 말과 글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주었습니다. 부리기 쉬운 그곳의 지명을 사용하기나 옛지명을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누가 이길까? 는 참 재미있을 것같아서 구매 목록에 올렸습니다.
- 오류 제보입니다! <박진영x황윤 북토크> 링크 누르면 ‘이미지란 무엇인가’ 구매창으로 연결됩니닷.
→ 아악 오류 제보 감사합니다. ㅠㅠ 링크 실수 주의!!
- 재밌게 잘 읽었어요. 특히 집에 대해 전국민이 관심이 있잖아요. 그러나 해결책은 누구도 시원하게 말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해요. 이번편은 아파트 이름이 독어나 프랑스어를 사용해 길어지는 점을 소개해 주셨는데요. 이름만 프랑스 식으로 갖다 붙이지 말고 기업이 주택안정을 위해 수익의 2%를 기부하는 제도나, 겉으로는 집값이나 형편이 전혀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는 프랑스 사회주택을 연구해 차용할 생각으로 뻗어나가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 새벽과 미선의 글이 물 흐르듯 읽혀서 좋았어요. 저에게 글을 읽는 능력과 쓰는 능력은 약간 별개로 느껴졌는데, 두분은 읽고 쓰는 능력 모두 뛰어나신 듯!!
연휴를 보내고 돌아와서 겨우 정신차리고 PC 앞에 앉았는데 이번 편지 덕분에 앉아 있는 시간이 좀 더 길어 졌네요ㅎㅎ 감사합니다
개선할 점: 메일 제목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건 저의 문제일까요..?ㅎㅎ 제목에 대한 명확한 해답 한줄을 남겨주면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그리고 다른 생각거리는 집을 확장해서 주거형태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는건 어떨까요?
이를테면 자취, 기숙사, 고시원, 하숙집 ??
→ 자취하는 사람들 가운데에서도 고시원과 같은 주거 상황에 관해서는 이번호 한편 ‘집’에서 지수 활동가의 글 「집이 없어, 하지만!」이 힘차게 다루고 있답니다. 또 하숙집에서 출발하는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이재임 「쪽방의 장례식」도 추천하고 싶어요. 그리고 메일 제목에 대한 답으로 이번 메일을 써보았습니다. ‘만남’ 어떤가요?
- 좋았습니다.
개선할 점: 한편 뉴스레터가 다른 뉴스레터나 메일 들에 비해 글자 크기가 훨씬 작은 것 같아요..! 그래서 한편 레터를 읽을 때만 항상 페이지 크기를 키워야 해서 불편함이 있습니다
→ 웹페이지로 접속하시지요? 지금 글자 크기보다 한 단계 크게 설정하면 이만해지는데, 전체적으로 키울지 고민 중이에요.
- 이번 편지에서 바다와 아파트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보니 ‘수평과 수직의 세상’에 대해 생각하게 되네요. 한없이 위를 갈망해야 하고, 소속되지 못한 이에게 위압감을 주는 수직보다 옆으로 한없이 넓어지며 누구든 포용할 수 있는 수평의 세상이 (사람으로 인해 초래된) 재난을 맞서는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하고요.
덧) 새끼 게를 귀여워하는 새벽 편집자가 귀여운 나ㅋㅋ
개선할 점: 민음사 북토크를 보며 독자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화면 밖에서 고생하셨을 편집자, 마케터 선생님들이 떠올랐어요. 영감을 얻기 위해 책상 앞에 모인 사람들을 위해 예상하지 못하는 만남을 기꺼이 도전하는 누군가를요. 눈앞의 과제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민음사 선생님들, 애정합니다
- 제가 참석한 강의와 북토크를 다시 보니 반갑네요. 휴일에도 열일하신 민음사 분들 고맙습니다. 영화가 중단되어 당황하셨지만 잘 마무리되었고 조금 늦었지만 북토크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좋은 프로그램 감사합니다!
- 일상과 맞닿아있는 생각, 그리고 근황을 공유해주신 느낌이라 더 친근하게 느껴졌어요
개선할 점: 없습니다 해외라 지금은 레터만 받아보고 있지만, 올해 여름 귀국하면 정기구독 꼭 할거예요. 항상 감사합니다
- 한편을 업무메일로 신청했는데요, 근무시간 중 짬이 날 때 열어보는 요긴한 글간식으로 즐기고 있습니다.
공동주택 아파트 이름에 관한 편지를 보고 제가 살고 있는 세종시가 떠올랐습니다. 세종시에서 ‘한글도시’를 표방하며 각 동마다 한글로 된 마을 이름을 지어줬고, 시민들은 어디 사냐고 물어보면 어렵고 긴 영어 명칭을 뒤로하고 ‘호려울마을 1단지’, ‘새나루마을 2단지’, ‘가온마을 3단지’ 산다고 대답합니다. 임대인은 모르겠지만 임차인들은 본인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영어 명칭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때는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이 실생활에 와닿지 않을 때도 있지만 세종시의 마을단위 구성과 한글명칭 부여는 실생활에 참으로 와닿는 정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근처에서
민음사
1p@minum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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