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 동네서점에 가는 이유

 

 

북토크 후기 탑재
 삼일절 연휴 잘 보내셨어요? 사흘 쉬고 나니까 월요일에 힘이 나더라구요.(진짜) 어제 달리기도 재개했어요. 예전만큼 페이스를 올리지 못하는 힘든 순간에 마녀체력이라는 구호를 떠올렸습니다.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라는 부제를 단 출판계의 전설적인 운동 이야기.
연휴 동안에 일도 했어요. 불금에 해당하는 2월 29일 목요일 밤에는 이솔x김겨울 북토크가 있었죠. 철학책 편집자로서 성공.한 시간. ‘이미지의 시대에 텍스트를 어떻게 팔죠?’ 하는 저의 질문에 두 분이 명료한 답변을 줬는데요. 먼저 ‘이미지가 쉬운 게 아니라, 어려운 텍스트가 문제’라고 이솔 작가님이 분석했고, ‘어려운 이미지도 있다. 어렵지만 좋은 콘텐츠들을 오래 접하기 위해 체력을 길러야 한다’라고 김겨울 작가님이 지침을 줬어요. 이때 이솔 선생이 받아적은 내용: ……야채……

또한 토요일에는 박진영x황윤 북토크가 있었어요!(특별근무) 황윤 감독님의 영화 <수라>를 보고 『재난에 맞서는 과학』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죠. 새만금간척사업 이후 마지막 남은 갯벌인 ‘수라’를 찍은 다큐멘터리 영화인데요. 아아, 영화를 보면서 사람이 게 때문에 조개 때문에 울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미처 몰랐던 사실. 물막이 공사를 하면서 갯벌의 생물들이 죽고 떠났지만, 그곳을 기록하고 지키면서 다시 바닷물을 유통시키자 흰발농게가 돌아왔다는 거예요. 이처럼 사람이 초래한 재난은 한번에 끝나는 게 아니라서, 미래 또한 사람들의 손에 달렸다는 『재난에 맞서는 과학』의 메시지를 영상과 함께 다시 받아들였어요.

영화에서 만난 흰발농게가 너무 웃기고 멋져서, 쌓여 있는 신간 중에서 『누가 이길까?』를 펼쳤습니다. 물론 바다코끼리 대 코끼리바다물범의 대결에 관심이 가지만 이 책의 2부 ‘또 하나의 대결’이 바닷가재 대 게거든요.
아동 서가를 가득 채운 수많은 대결 시리즈 중에서도 제리 팔로타와 롭 볼스터 콤비의 ‘누가 이길까’ 시리즈의 장점은 과학 지식에 충실하다는 점이군요. “바다코끼리는 모두 북반구에, 남방코끼리물범은 남반구에 살아. 실제로는 둘이 마주칠 일이 없지. 그런데 이 책에서는 흥미진진한 대결을 위해 둘을 만나게 할 작정이야.” 이 대목에서 약간 김이 빠지면서도 싸움이 가상이라는 점을 숙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메인 대결보다 바닷가재 대 게 편이 더 흥미진진했어요. 흰색의 큰 집게다리를 하나 가진 흰발농게와, 왼집게 오른집게의 쓰임새가 다른 대서양로브스터의 유사점이 주목되었는데요…… (수습불가)
그래서 바로 현장 속에서 쓰였고 많은 학자, 활동가, 친구들과 함께 쓴 철학책의 판매를 고민하면서 동네서점으로 가기로 했죠. 독일에 체류하는 저자와의 북토크까지 잡고 있구요. 제가 단지 행사 중독인 것만은 아닌 게, 북토크 자리에서는 실제로 다음 책 기획과 나 자신의 이야기에도 영감을 얻었어요. 책상에 앉아서 졸면서는 얻을 수 없는 영감 말입죠…….

흐릿한 하늘에 실감은 덜 나지만 바야흐로 3월이군요. 새벽 편집자님이 전한 소식대로 저의 지난 연휴도 북토크 현장이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어요. 편집 마무리 작업을 할 때부터 그려온 행사가 일단락되니 이제 겨우 한 계절이 끝났군, 싶기도 했고요.

그런 와중 오랜만에 시선이 간 집 기사. 어느 커뮤니티에서 “서울시, 아파트 이름 글자 수 10자 내외 권고 실시”라는 제목을 보고 접한 소식이에요. 혹시 아파트에 사는 분이 있다면 아파트 이름이 몇 자나 되나요? 요즘 웬만한 신축 아파트들은 지역에 브랜드에 건설사 이름이 붙어 열댓 글자가 훌쩍 넘는 듯한데, 작년 기사에 실린 가장 긴 아파트 이름 예시는 전남 나주시의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빛가람 대방 엘리움 로얄카운티 1차’로 무려 25자에 달했어요.

우리 아파트 이름이 ‘더퍼스트’(그 지역 최초 아파트에 주로 붙는 이름)나 ‘루체하임(빛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루체’에 집을 뜻하는 독일어 ‘하임’이 결합한 이름)’이라고 해서 내 집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텐데, 아파트 몸값을 높이고자 더 알기 어려운 이름으로 바꾸자는 요구도 적지 않다고 해요. 제가 본 글 제목에 ‘권고’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었지만, 서울시에서 이를 강제로 시행한다는 건 아니었어요. 이런 문제의식은 몇 년 전부터 있었고, 전문가와 건설사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 몇 번의 공개토론회 결과를 모아 더 쉬운 아파트 이름을 위한 지침을 발간했다고 하네요. 아주 길지 않은 자료이니 관심이 있다면 링크를 참조해 보세요.

“최근 서울의 어느 재건축 아파트의 설계안이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오면서 여러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해당 단지의 동별로 조성되는 스카이라운지 이름이 벨르빌로, 몽소, 플로랄 드 파리, 프롬나드 플랑테 등 프랑스어로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아파트를 설계한 회사에서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건축가가 설계에 참여했으며 프랑스의 한 궁전에서 설계를 차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일은 아파트 이름을 넘어 아파트 안의 장소명까지 뜻을 알아듣기 어려운 외래어로 짓게 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 이름은 공동주택인 아파트의 가치를 드러내는 브랜드일 뿐만 아니라 지명으로 활용되어야 하는 공공성도 갖고 있습니다. 공동주택으로서 아파트 이름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과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이름을 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서울시는 아파트 이름을 부르기 쉽고 아름답게 짓자고 제안합니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등을 통해 새로 짓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가능하다면 기존의 아파트들도 이런 노력에 동참하여 아름답고 부르기 쉬운 이름으로 아파트 가치를 새롭게 높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서울시, 「아름답고 부르기 쉬운 이름, 가까워지는 공동주택 아파트」 중에서)

- 아주 오랜만에 똑똑해진 느낌! 이메일이 쌓여 있어서 어떻게 하면 한편을 클릭할 수 있을까요? 으흠…

- 한편 마지막 독자편지 읽는 마무리까지 재밌습니다… 다들 어떤 일을 하시는지 어디에 계시는지 모르지만 각자 다른 반응 보내주시는거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러므로 한편 레터까지 우리 집인걸로(ㅋㅋ)..!
귀여워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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