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 한편 신간 ‘플랫폼’ 표지 공개

 

 

11호 출간 임박!
따뜻한 5월. 뉴스레터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한편 신간 ‘플랫폼’이 곧 출간되기 때문이에요! (환호) (비명 소리) 뜨끈뜨끈한 새 표지를 보여 드립니다.
우리는 플랫폼에서 만난다.
열차를 기다리는 승강장, 새 소식을 주고받는 SNS,
일과 생활을 도와주는 수많은 애플리케이션까지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알고 싶고 알리고 싶은 사람,
다양한 관심이 모이는 네트워크 속에서
우리는 실제로 무엇을 주고받고 있는 걸까?
욕망을 끌어들이고 관계를 재배치하는
수많은 판들에서 어떤 의미 있는 변화가 가능할까?
지금 인간과 사물이 이동하고 교환되는
자리의 정체를 탐구하는 한편의 인문학.
‘대학’ 호를 지나 온 세상의 플랫폼을 의식하며 ‘플랫폼’ 호 마감 직전까지 온 지금, 앞표지의 ‘ㅍ’은 철길로 보이고 뒤표지의 아기자기 아이콘은 0과 1의 변형으로 달리 보여요. 대도시에서 지하철을 타고 스크린 너머 사회면 뉴스를 보는 저는 길 위에 있을까요, 랜선 위에 있을까요?
편집하는 동안 열 명의 필자가 플랫폼 개념을 일상어로 사용하거나 ‘이것은 플랫폼이 아니다’라며 거리를 두는 등 저마다 관점이 다른 점이 흥미로웠어요. 가령 챗GPT라는 키워드를 이미지 생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넓게 이해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특정 기술을 플랫폼으로 볼 수는 없다고 엄격하게 정의하는 분도 계셨지요. 하지만 이렇게 ‘모든 것을 플랫폼이라 할 수는 없구나’ 생각한 직후 현실로 오면 또 다시 모든 말에 플랫폼이 붙고……
이런 혼란은 제가 확실하게 플랫폼이라 할 만한 것을 떠올리며 줄여가려 했답니다. ‘인문잡지 《한편》은 플랫폼이다.’(왜?) ‘시민단체 ESC는 플랫폼이다.’(왜?) 도돌이 질문 속에 느리게나마 내가 각각의 플랫폼에서 얻고자 한 것이 무엇이었는지가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께 가닿는 《한편》의 편지 역시 뉴스레터 플랫폼을 거쳐 발송됩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이 플랫폼이라는 주제에 어떤 기대를 품고 계신지가 가장 궁금하네요!
ㅍ이 철길로 보이는! 저는 상대적으로 길고 구불구불한 ㄹ을 보면서 확장되는 연결망을 상상해 봤어요. 승강장, 인프라, 커뮤니티, 양면시장, 연단, 정당의 정강…… 플랫폼에는 여러 의미들이 있고 여러 의미로 쓰이는데요. ‘콘텐츠’ 호를 만들 때 세상 모든 것이 콘텐츠로 보였듯 마감을 앞두고 모든 것이 플랫폼이다…… 상태에 이르렀다가, 다시 저에게 가장 친숙한 플랫폼들을 하나씩 꼽아 보면서 각각의 플랫폼에서 기대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있어요.
레터를 발송하는 수요일이면 ‘[링크] 한편》에게 의견 보내기‘ 구글폼스를 꼭 들어가 봅니다. 매주 (아주 조금씩) 늘어가는 답변 수에 작은 보람을 느끼면서요. 레터를 쓰는 이와 읽는 이가 책에 대한 이야기를 교환하는 이 레터 역시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어떤 플랫폼을 자주 이용하는지, 그럴 때 어떤 새로운 것을 기대하는지 궁금해요.
과장된 자음들이 탈네모꼴을 이루는 서체가 너무 재미있으면서도 알 듯 말 듯 복잡하고 수많은 상호작용과 교환이 일어나는 플랫폼이라는 주제와 잘 어울려요! 역시 글이 표지, 책이라는 몸을 갖게 될 때가 짜릿해요.
새로운 지식 편집자님의 혼란에 십분 공감하면서 ‘플랫폼’ 호 준비 과정은 ‘콘텐츠’ 호를 만들 때와 비슷한 점이 있었어요. 온갖 미디어와 기술과 서비스, 기업, 제품…… 그리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모임이나 활동에도 플랫폼이라는 말이 붙는 와중에, 플랫폼이 아닌 걸 찾아가는 게 플랫폼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더 빠른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질문을 다르게 바꿔 보자면, 무언가를 플랫폼이라고 정의할 때 어떤 의미가 생겨날까 하는 질문에 답을 찾고 싶었어요. 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승강장’이라는 플랫폼의 한 의미가 좋은 출발점이 되어 줬다는 점을 살짝 귀띔해 드립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 호를 편집하며 깨달은 점은요, 디지털 플랫폼이 제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플랫폼이라는 토대의 물리적 측면에 집중해 봐야겠다는 것이에요. “택배도시”, “걷는 로봇”, “공유하는 놀이터” 등의 보이고 만져지는 요소들을 잘 이해할 때 “알고리즘”에 가려진 “창작자”나 “시민”, 노동자를 간과하지 않을 수 있는 것 같아요.
평소에 교정 보는 철학 원고에 빗대서 콘텐츠는 대상이고 플랫폼은 세계라면 그럼 이 세계는 어디로 가는가…… 생각하다가 길을 잃곤 했는데요. 대성당을 바라보며 옛날의 영광을 생각하는 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글을 보내드린 지난 레터에 대해서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신 독자님이 있었어요. 더 이상 복잡하고 정교한 작업을 공개적으로 이루지 않고 오래 걸리는 일들을 기다리는 일이 어색하게만 느껴지는 오늘날”을 돌아보게 된다고요. ‘플랫폼’ 호를 만들면서 분석 대상의 속도에 발맞춰서 교정도 신속하게 보던 중이었는데요. 
‘플랫폼’ 호에는 ‘인플루언서’ 호도 인용되어 있어요. ‘인플루언서가 뭐하는 건데?’ 하면서 팔짱을 끼고 탐구하던 2020년에는 마감할 때 이르러서 ‘아아, 선한 영향을 미치려는 주체의 욕망을 왜 나쁘게만 보겠는가’ 하는 깨달음이 있었거든요. 이제 플랫폼을 통해서는 수많은 판에 올라타는 저마다의 욕망을 얘기하자고 얘기하려고 할 수 있게 됐어요. 그러려면 우선 욕망이 뭔지 알아야 하니, 열 편의 플랫폼에 대한 최신 탐구를 담은 이번 호가 단연 제격입니다.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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