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리를 먹는 오후 표1

소설집 『아오리를 먹는 오후』는 2011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김봄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작가는 영리하고 예쁜 아이들만 보고 싶어 하는 우리들의 눈앞에 악하고 통제 불가능한 아이들의 만행을 핍진하게 펼쳐 놓는다. 어디에도 기입되거나 소속되지 못한 아이들, 애정 없는 가족의 울타리에서 스스로 나왔거나, 텅 빈 울타리 안에 남겨진 아이들. 그 면면은 다양하다. 죽기 직전까지 무자비하게 속도를 즐기는 오토바이 폭주족부터 조건 만남으로 돈을 벌고 파트너를 돌려 가며 섹스하는 가출 청소년 집단, 모텔에서 혼자 아이를 낳는 어린 미혼모 이야기까지. 소설 속 아이들을 대하려면 정신을 중무장해야 한다. 어쩌면 이렇게 속상한 이야기만 골라 오셨어요, 하고 김봄 작가에게 소설을 쓰게 된 첫 순간과 취재 과정에 대해 물어 보았다.


「내 이름은 나나」

“신문기사를 읽다 보면 어떤 한 줄이 눈에 들어오는 때가 있는데, 그때가 그랬어요. 폭주족 아이들에게 우유와 초코파이를 주는 서울 시경 경찰이 있다는 기사였는데, 그 관계가 너무 신기한 거예요. 폭주족 아이들의 활동 패턴과 단속 과정을 알고 싶어서 직접 담당 경찰에게 전화를 하고 찾아갔어요. 8.15 광복절 단속 때 경찰차를 타고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함께 단속을 하기도 했고요.”

 

「절대온도」

“광주 아시아전당 관련 연구원 일을 하던 도중 최정운 교수님의 『오월의 사회과학』을 접했는데, ‘절대공동체’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였어요. 마침 이수정 교수님의 범죄심리학 강의를 듣고 있었고, ‘가출 청소년들의 절대공동체’가 허물어지는 과정을 그려 보고 싶었어요. 너와 나의 경계가 사라진 ‘절대공동체’에도 결국 계급이 생기고 서열이 정해지면서 차츰 허물어지게 되는 이야기요. 아이들이 만드는 공동체는 그런대로 굴러가는 듯하지만, 거의 원초적인 문제만을 해결한 채 유지될 뿐이죠. 유대감, 사랑 등 후천적 학습을 통해 내재되는 감정들은 전혀 가동되지 않은 채 그렇게 시간 속에 흘러가는 아이들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맨홀」

“역시 기사를 보고 쓰게 되었어요. 부산의 한 학생이 모텔에서 아이를 출산한 뒤 남자를 만나 근처 다른 모텔에서 며칠을 자고 오는 바람에 신생아가 죽었다는 기사. 그 기사 한 줄이 소설의 모티브였고요. 사방 모서리, 천장만 바라보며 울다 죽었을, 아사한 아기에게 입을 주고 싶었어요. 더 나은 방법이 있었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은 내내 들지만, 「맨홀」은 그 방식으로밖에 진행되지가 않았어요.”


 

작가는 소설을 쓰기 위해 벼랑 끝 같은 아이들의 세계를 끊임없이 관찰했다. 혹은 아이들의 세계를 끊임없이 바라보기 위해 소설을 썼다. 그런 아이들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일회적이지도, 우연적이지도 않다. 그것은 이 소설집이 담고 있는 어떤 의지다. 문제적 아이들은 우리가 보고 싶지 않다고 눈을 감고, 혀를 차며 애써 사각지대로 몰아넣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거기에 있다. 작가가 그랬듯, 끊임없이 그들을 좇으며 사연을 물었듯, 이제 우리도 그들의 시선을 정면으로 봐야 할 때다. 김봄의 소설집 『아오리를 먹는 오후』를 펼치면 거기에, 아이들이 있다.

 

 

민음사 편집부
김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