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와 곰브로비치에 관한 작은 이야기 셋

1. 『코스모스』는 곰브로비치가 1963년 아르헨티나를 떠나 20여 년 만에 유럽에 돌아와 2년 후에 발표한 소설이다. 그가 1939년에 아르헨티나로 가는 ‘Chrobry’호를 탄 것은 취재를 위해서였으나, 곧 2차 대전이 발발하고 결국 그곳에서 24년간 체류하게 된다. 낯선 타국에서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그는 장편 소설 2편과 희곡을 발표하는 등 작품 활동을 이어 갔다. 그런 그가 유럽에 돌아와 발표한 『코스모스』는 그에게 ‘국제 문학상(International Prize for Literature)’을 안겨 주었고,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 등으로 번역된다. 영어판 표지에는 “Winner of the $20,000 International Prize for Literature”라는 문구가 인쇄돼 있는데, 2만 달러라는 상금과 곰브로비치를 떠올리게 하는 일러스트가 어우러져 미묘한 서글픔을 선사한다.

『코스모스』 영어판 표지

『코스모스』 영어판(1970) 표지

2. 『코스모스』는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 감독 안드레이 줄라프스키는 현재의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프랑스와 체코를 거쳐 폴란드로 이주했다. 폴란드에서 영화와 철학을 공부한 후 베니스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첫 작품을 발표했으나, 정부의 검열과 상영 금지, 나아가 촬영 중단 및 필름 소각 조치를 받자 결국 프랑스로 망명했다. 그의 이러한 인생 굴곡은 35세 이후 고국을 떠나 다시는 돌아가지 못한 곰브로비치와 상당히 유사하다. 소피 마르소의 전남편으로 더 유명했던 그가 15년 만에 감독하는 「코스모스」는 “2015년 가장 기대되는 외국 영화”로 꼽히기도 했다.

3. 비톨트 곰브로비치는 브루노 슐츠, S. I. 비트키에비치와 함께 폴란드 문학에서 ‘모더니즘의 3대 거장’으로 꼽힌다. 이 둘은 화가로도 이름을 알렸는데, 특히 비트키에비치의 아버지인 스타니스와프 비트키에비치는 폴란드 미술계의 거장으로, 이른바 ‘자코파네 양식’을 만들어 낸 화가이다. 『코스모스』의 배경이 된 바로 그 자코파네이다. 이번에 국입중앙박물관에서 시작한 특별전 ‘폴란드, 천년의 예술’에 초대된 그의 작품 「초원에서」를 보면 이 소설의 배경이 얼마나 한적한 시골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스타니스와프 비트키에비치 作, 「초원에서」

스타니스와프 비트키에비치, 「초원에서」

민음사 편집부 손미선

연령 12세 이상 | 출간일 2015년 5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