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옌의 『개구리』는 중국 최초로 ‘계획생육’을 본격적으로 다룬 소설이다. ‘계획생육’이란 중국이 인구 억제를 위해 실시한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이다. 이 정책은 1971년부터 엄격하게 시행되어 지금까지도 많은 중국인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 주고 있다. 중국 인구는 1949년 무렵 5억 4천 100만여 명이다가 20년 만인 1969년에 8억을 넘어섰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핏물이 강을 이룰지라도 초과 출산은 허락할 수 없다.”라는 섬뜩한 구호와 함께 ‘무조건’ 출산율을 낮출 것을 지시했다. 이 정책을 강제로 집행함에 따라 이루 상상할 수 없는 부작용이 중국 곳곳에서 속출하기 시작했고, 모옌은 이 소설에서 이런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계획생육을 주제로 한 소설에 왜 ‘개구리’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개구리는 모옌의 고향인 중국 가오미 둥베이 향의 토템이라고 한다. 또한 강력한 생식력 덕분에 다산의 상징으로 꼽히고, 설날에 붙이는 민화에 자주 등장한다. 개구리를 뜻하는 와(蛙)는 갓난아기를 뜻하는 와(娃)와 발음이 같다. 뿐만 아니라 중국 신화 속에서 인간을 창조했다고 여신 여와(女媧)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면 ‘황소개구리 양식장’이 등장한다. “개구리 양식장, 올챙이 양식장, 개구리 변태 양식장, 새끼 개구리 양식장, 사료 가공 공장, 개구리 가공 공장” 등을 갖춰 놓고 황소개구리를 번식시켜 판매하는 공장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황소개구리를 파는 척하는 이곳은 사실 아기를 원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대리모를 공급하는 곳이다. 개구리(와, 蛙)를 파는 것이 아니라 아기(와와, 娃娃)를 파는 것이다. 낯설고 잔혹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작가 특유의 입담과 유머 감각에 웃음이 나는 흥미로운 설정이다.
모옌은 개구리라는 익숙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빌려 와, 누구도 감히 쓰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이 모티프를 통해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여성의 출산조차 법으로 옭아매려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 숨 쉬는 민중의 생명력을 찬미한다.

 

민음사 편집부 손미선

모옌 | 옮김 심규호, 유소영
출간일 2012년 6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