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돌아왔다. 45년에 태어났고 82년에 등단한 그녀. 등단 연도는 제각각이지만 동년배로 신달자, 유안진, 문정희 등의 시인이 있다. 모두 최장수 월간지이자 현대 여성 문인의 발원지이기도 한 《현대문학》 출신이거나 《현대문학》의 지지를 받았다. 후배 여성 시인들에게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힘이 되는 그녀들.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갈수록 뒷심을 발휘하며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 주는 그녀들. 그래서 시인, 이라기보다 언니, 라고 부르고 싶어지는 그녀들. (달자 언니는 올해 한국시인협회 회장이 되었고 정희 언니는 2년 전 고은, 신경림에 이어 시카다상을 받았으며 문자 언니는 한국 최초로 시인 출신 대학 총장이 되었다.) 70~80년 한국 현대 시의 말하자면대세였던 언니들. 그중에서도 대학 총장이란 단어 앞에 시인이라는 전에 없던 수식을 가능하게 한 문자 언니가, 돌아왔다.

그녀가 돌아, 왔다. 총장하는 4년 동안 언니는 한 편의 시도 쓰지 못했다고 했다. 외도라면 외도다. 그래서일까. 시 곳곳에 지난 4년이 남긴 흉터가 보인다. “4년 동안 자주 악몽을 꿨다거나 “4년 동안 숨 막히게 나였던 등뼈를 어루만진다거나등뼈만 가지고 출근했다라는 식인데, 바깥 길 걷는 동안 언니를 지탱해 준 건 모두 등뼈였나 보다. 시인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등뼈 덕분. 그런데 언니의 진짜 등뼈는 뭘까.

그녀가 돌아왔다, 마침표 없는 문장이 계속되듯 언니의 계속은 언니과 함께였다. 시집을 편집하며 시인을 네 번 만났다. 조금 과장하자면 만날 때마다 달자 언니, 안진 언니, 정희 언니, 조금 더 내려와 ()혜순 언니 이야기를 들었다. 만났던 얘기와 만날 얘기였다. 여성 문인들 모임. 요즘 젊은 시인들의 쌔끈한 동인 이름에 비하면 이름이라 할 수도 없는 말 그대로 모임일 뿐이지만, 이야말로 언니의 등뼈가 아니었을까.

옛날에는 동쪽에서 그를 기다렸다/ 지금은 세상 전부가 서부/ 없어진 방향이 그리웠다/ 지금은 서부역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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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역」(동아일보가 선정한 이달의 추천작)에서

감성은 퇴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는 이번 시집 『사과 사이사이 새』 역시 후배 여성 시인들에게 등뼈가 될 것이다. 한국 여성 시인의 모든 등뼈, 언니들에게 환호를!

민음사 편집부 박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