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야구하는 시인 서효인

 

<김수영 문학상>이 이립을 맞았다. 30년간 황지우, 최승호, 김용택, 장정일, 김기택, 유하, 나희덕 등 시대의 치열한 양심을 알렸던 <김수영 문학상>은 서른 번째 주인공으로 시인 서효인을 지목했다. 그의 두 번째 시집인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재미있게 읽히는 힘”이 있으며 “낯선 잔혹 동화 같은 세계가 매력적”(시인 김기택), “세계의 모든 것을 고향으로 삼으면서도 동시에 그 고향을 낯선 곳으로 느끼는 정신의 힘”(시인 이장욱)이 있다고 평했으며, 100여 명이 넘는 문인들이 뒤풀이 자리에 함께해 그의 수상을 축하했다.

서효인의 삶과 분리될 수 없는 것 두 가지. 바로 시와 야구다. 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서효인은 야구광이다. 사회인 야구단에서 포수로 활약(?)하고 있고 트위터엔 응원하는 프로야구 팀에 관한 트윗이 즐비하다. 얼마 전에는 야구에 대한 애정과 맛깔난 산문 실력을 살려 야구 에세이를 출간하기도 했다. 시에서 드러나는 특유의 유머와 상상력은 그가 어린아이일 적에, 그러니까 어른들이 안 계시는 동안 집 밖으로 나돌아 다니지 못하게 줄로 기둥에 묶여 있곤 했을 적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야구 중계를 들으며 키워진 것일 테다.

서효인은 첫 시집에서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만국의 소년이여, 분열하세요.” 이번 시집은 제목부터 ‘백 년간’이나 ‘전 세계’에서 전쟁을 한단다. 일견 비정할 것만 같은 그의 시세계는 그러나 정독하면 느껴진다. 폭력적인 현실에 좌절하면서도 그러나 그 현실을 결코 방기하지 못하는, 하릴없이 따뜻한 시선이 말이다. 서효인은 글러브가 내 것이냐 네 것이냐 하는 것보다 글러브 아홉 개를 가까스로 맞추어 ‘함께’ 야구를 즐기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시인이다. 그래서 그는 오히려 즐겁게 말한다. “같이 일어나고 같이 누울 것”이므로 “활기찬 비극”이고 “여럿이라서 기꺼한 비극”이라고. 기왕 바람에 맞서는 풀이라면, 그의 말대로 같이 일어나고 같이 누워 보자.

(참. 그의 첫 시집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과 이번 시집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엔 공히 야구 선수가 찬조 출연한다. 과연 어떤 이름이, 어떤 역할로 나오는지는 책 속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민음사 편집부 김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