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알베르 카뮈의 영원한 문제작 『이방인』을 떠올릴 것이다.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자기 스스로의 밖으로 쫓겨난 듯 자기 자신에 대해 느끼는 낯섦”을 뫼르소라는 인물을 통해 충격적으로 그려 낸 작품이다. 그리고 여기, 우리의 뇌리에 깊이 각인될 또 하나의 ‘이방인’이 출현했으니, 제2회 《세계의 문학》 신인상 수상 작가 이경의 첫 소설집 『표범기사』다. 수상 당시 “인상적인 내공과 기본기”,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향해 일로매진하는 거침없는 활력”, “인간과 삶에 대한 애정과 통찰”, “개성적인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작가”라는 찬사를 받은 그녀는 걸출한 신예로 주목을 받아 왔다. 이에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이번 소설집은 놀라운 흡인력, 밀도 높은 서사, 주술적인 강렬한 문장으로 화려한 도시의 폐부에 감춰진 불온함을 강렬하게 묘파한 수작이다.
『표범기사』는 온통 이방인의 정서로 흠뻑 적셔져 있다. 테마 파크를 아스텍 제국으로 착각한 인디오 전사(「표범기사」), “태어날 때부터 외국인으로 살아온” 자이니치(在日)이며 한국에서도 쫓겨 가듯 또다시 이삿짐을 꾸려야 하는 하루카(「자전거 무덤」), 돈을 벌러 한국에 왔지만 임금 체불과 부당 해고, 보상받지 못한 산업재해로 굶주리고 있는 파키스탄 청년 찌마(「먼지별」) 등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의 존재를 포근히 감싸고 돌봐 줄 곳 하나 없이 먼지 같은 도시를 떠돈다. 작가는 묻는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사는 이곳은, 우리의 고향인가? 소설 속 이방인들의 고통스러운 표정은 바로 거울 속 우리 자신의 표정인 것이다. 잔혹한 세계로부터 밀려난 이방인들의 삶을 통해 비로소 우리는 자신 안의 이방인을 마주하게 된다.

 

민음사 편집부 김소연

이경
출간일 2011년 12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