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여인』 거장 이문열, 문학의 본령으로 귀환하다!

 

집착은 그리움의 다른 말이며, 사라진 과거, 사라진 영광에 대한 집착은 시간의 파괴력에 대한 부질없는 저항일 뿐이다.
—『리투아니아 여인』 112쪽

내 황망과 열중은 속 깊숙이 감춘 채였다. 그녀가 정말 다시는 내가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꼭꼭 숨어 버릴까 봐, 또는 그 중요한 쪽지를 함부로 잃어버린 내 부주의와 무성의가 들킬까 봐.
—『리투아니아 여인』 170쪽

 

우리 시대의 최고의 이야기꾼 이문열이 『리투아니아 여인』으로 돌아왔다. 조국의 운명을 안고 온 가슴으로 고뇌한 안중근 의사의 생애를 다룬 『불멸』 이후 1년 9개월 만의 신작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 ‘김혜련’은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뮤지컬 음악 감독. 사실 작가가 이 소설을 구상하기 시작한 것은 1993년 늦겨울 뉴욕의 어느 호텔에서였다. 이문열의 희곡 「여우 사냥」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명성황후」 제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섯 명의 일행이 약 한 달간 브로드웨이의 각종 뮤지컬을 관람하는 여행을 함께한 적이 있는데, 그 일행 중에 이 소설 『리투아니아 여인』의 모델이 된 여성이 있었다고 한다. 유년시절 한국에서 자랐던 그녀의 추억담과 리투아니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그녀의 이모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작가는 소설화에 대해 마음을 굳혔고, 결국 18년 만에 『리투아니아 여인』이란 작품으로 결실을 맺게 된 것이라고.
하지만 우여곡절도 있었다. 작가는 2010년 7월부터 《중앙일보》에 이 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했는데, 얼마 후 이 작품의 모델이 된 여성이 문화적 아이콘으로 떠오른 것이다.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는 인물에 대한 리뷰에 부담을 느낀 작가는 이렇게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원래는 일상적인 삶에서의 혈통적 정체성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예술가 삶에서의 유목민적 정체성으로 변형됐다. 유명해진 그 여성의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고 이야기를 뒤틀어야 했다.”라고.
주인공 김혜련은 이국적인 외모와 뛰어난 음악적 재능,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으로 시대의 명사가 되어 화려하게 부상한다. 그녀의 불꽃같은 사랑과 3년 만의 파경, 그리고 눈부신 성공 이면의 좌절이, 또다시 이 땅을 떠나고야 마는 유목민적 예술가의 모습으로 슬프도록 아름답게 펼쳐지며,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진한 감동의 울림을 전할 것이다.

 

민음사 편집부 강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