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Suma de los Dias. 원제는 이것이다. 직역하면 모든 날들의 합. 작품 마지막 문장에서 작가가 언급하듯 슬프고 기뻤던 “모든 날”이 “합쳐지면” 그것이 우리 운명이 된다는 의미다. 멋있는 뜻이었다. 하지만 우리말로 옮기자 원제 특유의 맛과 분위기가 살지 않았다. 나날들, 날들의 합, 그 모든 지난날……. 원제의 구조와 단어를 고수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많지 않았다. 우리말로 자연스러우면서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제목이 필요해 보였다.

재미있는 것은, 번역 원고가 편집자의 손에 들어오기 전부터 제목은 계속 바뀌고 있었다는 점이다. 역자와 맺은 계약서상의 제목은 ‘지난 세월’이었다. 저자의 원고가 출판사로 들어왔을 때 편집부에서 정한 가제가 지난 세월이었던 것이다. 그 후 역자가 보내온 번역 원고의 제목은 ‘지난날들’이었다. 번역 과정에서 받은 감동의 순간들이 역자로 하여금 보다 감성적인 단어인 ‘지난날’을 선택하게 한 것 같다. 하지만 최종 제목은 ‘모든 삶이 기적이다’로 결정되었다.

한눈에도 많이 달라 보였다. 염려되는 부분이 있었음에도 이처럼 바꾼 것은, 결국 그 한 문장을 말하기 위해 사백 쪽이 넘는 글이 쓰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딸을 떠나보낸 작가가 상실감을 극복하기까지의 일상을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해서, 십여 년이나 지난 일이라고 해서, 온 가족의 슬픔을 세상에 공개하는 것이 쉬웠을 리 없다. 그때 망설이는 작가에게 확신을 준 것이 바로 “기적은 모든 순간에 일어나고 있었다.”라는 깨달음이 누군가에게 힘을 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었다. 가족들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대신 이야기하는 것을 택한 아옌데처럼 편집부 역시 원제를 지키는 대신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이것이 제목의 탄생 배경이다. 이제 바라는 것은, 부디 작가와 독자를 연결해 주는 튼튼한 다리가 되어 힘든 한 시절을 보내고 있을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제목이 되는 것뿐이다.
 

편집부 박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