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애플의 역사적 광고 “think different” vs “think differently”

 

자신이 세운 회사 애플에서 퇴출되었다가 극적으로 다시 돌아온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 아직 건재하다는 걸, 아직도 특별한 뭔가를 추구한다는 걸 세상에 보여 주고 싶었다. 과거 매킨토시 출시 때 『1984』를 모티프로 획기적인 광고를 만들었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리 클라우와 다시 만난 잡스는 강렬한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는 캠페인을 만들기로 했다. 그것은 애플의 직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애플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잊어버린 상태였습니다. 자신의 본 모습을 기억해 내는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이 존경하는 마음속 영웅을 떠올리는 것이지요. 그게 바로 그 광고의 출발점이었어요.”

이때 나온 카피가 바로 “다른 것을 생각하라(Think Different)”였다. 잡스는 이 카피가 얼마나 맘에 들었는지 그 광고 아이디어를 보는 순간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심지어 잡스는 전기의 저자 아이작슨에게 그 순간에 대해 서술하면서도 목이 멘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광고 카피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는 문법적인 문제를 둘러싸고 약간의 의견 충돌이 있었다. different라는 말이 동사 think를 수식하려면 부사가 되어야 하므로 ‘think differently’가 되어야 했다. 하지만 잡스는 ‘different’를 명사처럼 사용하자고 주장했다. ‘think victory(승리를 생각하라)’나 ‘think beauty(아름다움을 생각하라)’ 같은 문장처럼 생각하자고 말이다. 또 한편으로는 ‘think different’는 ‘think big’처럼 일상적인 구어체 표현이었기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었다.

전기에서 잡스는 밝힌다. “우리는 그 카피가 올바른 것인지를 놓고 많은 의견을 나눴습니다.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생각해 본다면, 그건 문법에 어긋나지 않는 표현입니다. ‘똑같은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생각하라는 겁니다. 조금 다른 것이든 많이 다른 것이든, ‘다른 것’을 생각하라는 메시지이거든요. ‘think differently(다르게 생각하라)’로는 그 느낌을 전달할 수 없다는 게 제 판단이었습니다.”

이것이 지금까지도 애플의 가장 인상적인 광고 카피로 남는 “think different”의 탄생 비화이다. 그런데 이 때문에 『스티브 잡스』의 번역자 역시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think different’라는 문장 자체는 익히 알려진 대로 ‘다르게 생각하라’라고 번역할 수 있었다. ‘think big’을 “큰 것을 생각하라”라고 할 수도 있지만 “크게 생각하라”라고 번역할 수 있듯이 말이다. 하지만 일부러 ‘differently(다르게)’라는 부사 표현을 피한 잡스의 의도를 반영하자면 ‘다른 것을 생각하라’가 더 옳은 번역이었다. 그래서 번역자는 그동안 대중에게 익숙해진 ‘다르게 생각하라’라는 번역을 피하고, 이번 공식 전기를 통해 잡스의 의도를 그대로 살리기로 했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일화지만, 결국 잡스가 전기에 남긴 비화 덕분에 번역자도 ‘다른 번역’을 할 수 있었던 셈이다.

민음사 편집부 박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