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끝났다.
통쾌한 희열감이 뇌리를 스친다. 그러면서 아쉬움도 남는다.
나는 고대 2000여 년의 시공간을 종횡으로 교직한 사마천의 『사기』를 다시 200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오늘의 언어로 복원하는 데 16년이라는 시간을 바쳤다. 『사기 표』와 『사기 서』의 출간을 마지막으로, 매일 밤 10시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3시가 되면 일어나 52만 6500여 자를 단 한 글자도 빠짐없이 우리말로 복원하는 긴 장정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나의 거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끊임없이 인내해야 했던 고통스러운 작업이었다.
물론 나의 이 지난한 여정도 사마천이 치욕을 견뎌 내면서 중국 정사의 전범 『사기』를 이룩한 데에는 비할 바 아니리라. 제아무리 번역에 공을 들인다 해도 원작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능력의 한계를 처절히 인식하면서도 나는 감히 사마천이 그토록 힘겹게 새겨 나간 한 글자 한 글자의 의미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아둔함을 탓하면서 걸어온 그 길이 행복의 고행길이었음을 이제 와 느낀다.
사마천은 썼고 나는 옮겼다. 16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어느덧 나는 사마천을 경외하게 되었고 그의 분신이 되어 간 것 같다. 사마천의 시각은 곧 나의 시각으로 바뀌어 있었고 그의 관점은 어느덧 내 관점으로 옮겨 왔다.
나의 고전 번역 작업에서 하나의 이정표를 찍게 한 사마천의 『사기』. 내 삼사십 대의 열정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작품 『사기』를 이 땅의 애독자들 품으로 보낸다.
부디 지금까지처럼 『사기』에 끊임없는 애정과 성원을 보내 주시길 간절히 바란다.

반야산 기슭의 연구실에서
김원중

 

사기 서 [절판]
사마천 | 옮김 김원중
출간일 2011년 9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