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모래강의 신비의 시작은 이 아름다운 시 한 수였다. 사람들은 강물과 모래가 함께 흐르는 모래톱을 일궈 논밭을 만들었고 그 위에 가옥과 서원과 정자를 지어 밥도 해 먹고 공부도 하고 휴식도 취했다. 낙동강 주변의 안동, 영주, 예천 등이 조선 시대 사림의 본거지였다는 것, 안동 하회 마을이나 예천 회룡포 마을 등 모래톱 마을들이 발달했다는 것 등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한반도에서 모래는 그저 땅 위를 굴러다니고 물속에 잠겨 있는 알갱이가 아니었다. 수천 년 동안 한반도의 생명이 살아갈 곳을 마련해 준 삶의 터전, 그 자체였다.

내성천에 위치한 무섬 마을의 모습.

저자 손현철 PD는 몇 년 뒤에는 볼 수도 없고 밟을 수도 없게 되는 모래강, 그 삶의 터전을 잊지 않기 위해 이 책을 썼다. 그리고 한반도의 모래톱을 직접 느낄 수 있을 때 어서 떠나 보라고 재촉한다. 그중에서도 한반도 모래강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내성천을 강력 추천한다. 와은 장위항이 운포구곡(雲浦九曲, 구름이 드나드는 아홉 굽이)’이라는 멋들어진 별명을 붙여 준 곳. 천천히 걸으면서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절절하게 깨달을 수 있는 곳. 이 책에는 저자가 내성천 곳곳을 직접 다니면서 꼼꼼히 수집한 정보들이 가득하다. 내성천을 즐기기에 적합한 시기부터, 어느 구간이 걷기에 좋고 어느 구간이 드라이브를 하기에 좋은지, 내성천 여행을 도와줄 만한 단체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순례단들이 가장 많이 방문했다는 평은교~평은철교 구간은 고즈넉이 산책하기에 좋고, 비교적 덜 알려진 물돌이 지형인 무섬 마을에서는 금빛 모래톱과 아슬아슬 외나무다리를 체험할 수 있고, 내성천의 마지막 비경인 회룡포 마을에서는 한반도에서 가장 유려한 물돌이 지형을 즐길 수 있다.

이런 상상을 해 보자. 거추장스러운 신발을 벗고, 바지를 훌훌 걷어 올리고, 맨발로 보드라운 모래톱 위를 천천히 걷는다. 발가락 사이로 모래와 강물이 함께 고인다. 고개를 들어 앞을 보면 백로가 허리를 꼿꼿이 편 채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 저녁이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석양에 탄식이 흘러나올 것이다. 모래강 걷기 여행은 올레길, 둘레길 걷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즐거움을 안겨 준다. 지독한 장마와 더위가 물러가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면 내성천을 찾자. 그곳을 걸으며 수천 년 동안 한반도의 생명을 지켜온 모래톱을 느긋하게 만끽해 보자. 그것이 우리네 생명을 지켜온 한반도의 모래강에 대한 마지막 예의일지도 모른다. 

민음사 편집부 남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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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강의 신비에 등장하는 한반도 모래강의 비경들은 810일 수요일 밤 10KBS 환경스페셜에서 볼 수 있다. 저자 손현철 PD가 한반도 모래강의 과거현재를 취재한 결과가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한반도의 모래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