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기상 현상들은 엄청나게 독특한 소설이다. 사라진 진짜 아내를 추적하는 남자가 기상학 논문에서 단서를 찾는다는 설정만 봐도 그렇다. 리브카 갈첸이 이 소설에서 사랑과 마음의 불안정성을 탐구하면서, 전혀 연관성 없어 보이는 기상학을 끌어온 이유는 도대체 뭘까?

  소설 속에는 흥미로운 미지의 기상학자 츠비 갈첸이 등장한다. 그는 신경정신과 의사인 주인공이 자신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꾸며 낸 연극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이자, 아내의 실종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는 기상학 논문의 필자이자,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물음표투성이 존재이다. 특히 츠비 갈첸의 논문에 나오는 도플러효과 이론은 쉽게 말해 왜곡된 인식을 역으로 이용해 더 좋은 데이터를 얻는 것을 가리키는데, 이는 주인공이 자신의 아내를 가짜로 인지한다는 설정을 관통하며 소설의 핵심 주제의식을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미 알아차렸겠지만, 소설 속에 나오는 츠비 갈첸은 작가의 진짜아버지이다. 1994년 츠비 갈첸의 죽음도, 책에 인용된 기상학 논문과 도표도, 츠비 갈첸의 가족사진도 모두 현실에 실재하는 것들이다. 혹시 리브카 갈첸의 어린 시절이 궁금한 독자라면 지금 당장 책을 펼쳐서 츠비 갈첸의 가족사진을 찾아보라. 환하게 웃고 있는 귀여운 꼬마 숙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이 발표된 후 리브카 갈첸은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어렸을 때 라쇼몽을 보여 줬고 윈스턴 처칠의 말들을 전해 줬고 오페라 카르멘의 음악을 들려 줬다.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게 된 것도, 읽고 쓰는 일을 그냥 직업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추구해야 할 인생의 목표로 삼게 된 것도 모두 아버지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녀는 아버지를 추모하며 자신의 데뷔작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을 썼고, 츠비 갈첸의 존재와 그가 생전에 발표했던 이론은 소설을 이끌고 가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한다.

  리브카 갈첸의 아버지가 저명한 기상학자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문학과 기상학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만날 수 있었을까?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은 이런 숨은 뒷이야기가 있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민음사 편집부 남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