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많은 시작』과 『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의 하모니

 

 

“아빠를 역에서 만났다, 내 어깨를 짚으며, 안녕 했고, 내가 만나 본 적 없는 그 많은 스코틀랜드 친척들 중의 하나의 집으로 차를 타고 갔다.”(『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

“딸아이 케이트가 외갓집 식구 모두와 처음 만난 얘기를 해 주었다. 내가 역에서 케이트를 태워 데려갔지, 데이비드가 말했다. 말은 거의 안 했지만 사람들하고 그럭저럭 잘 지내더라. 외할머니하고 닮았다고들 하던데.”(『너무나 많은 시작』)

때때로 어떤 작가들은 여러 작품에서 같은 에피소드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묘사해 색다른 재미를 준다. 존 맥그리거의 두 소설 『너무나 많은 시작』과 『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에는 모두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장례식에 참석했던 이야기가 나온다. 가족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엘리너는 정작 어머니의 장례식에 가지 않고, 남편인 데이비드와 딸 케이트만 참석한다. 이 에피소드는 각각 아버지 데이비드의 시점과 딸 케이트의 시점에서 두 작품에 절묘하게 흩뿌려진다.

맥그리거는 『너무나 많은 시작』에서 사람들의 인생을 지금 이 모습으로 이끈 ‘너무도 많은 시작점’들을 섬세한 문장으로 그려 내는데, 하나의 작품에서 끝내지 않고 여러 작품을 넘나들며 마치 세상 전체에 그림을 그리듯 이야기를 배치한다. 앞서 언급한 장례식 장면을 비롯, 인생의 수많은 편린들이 끝없이 교차한다.

삶의 큐레이터인 존 맥그리거를 따라 기억의 박물관을 거닐던 독자들은, 문득 전기 회로의 꼬마전구에 불이 들어오듯 모든 정보가 연결되어 삶의 비밀이 눈앞에 켜지는 순간을 경험할 것이다. 우리가 지나쳐 온 너무나 많은 시작들. 이 소설은 결국 우리들 삶의 뒷모습을 돌아보도록 이끈다.

민음사 편집부 박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