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유러피언 드림』의 출간에 맞춰 한국을 방문하여 “아메리칸 드림은 끝났고 이제 유러피언 드림의 시대다.”라고 외쳤다. 그가 2010년 신작 『공감의 시대』에서는 “경쟁의 시대는 끝났고 공감의 시대가 왔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쟁과 적자생존을 가치 패키지로 삼는 아메리칸 드림보다는 유러피언 드림이 추구하는 공동체 정신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공감의 시대』는 『유러피언 드림』의 속편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신작은 리프킨이 상당히 야심차게 계획한 프로젝트다. 5년 전 하야트 호텔에서 리프킨을 만났을 때 그는 이미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유러피언 드림』을 저술할 때부터 세상은 ‘공감의 문명’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스케일 면에서도 『공감의 시대』는 리프킨의 이전 저서들과 많이 다르다. 『바이오테크 시대』는 생명과학을, 『노동의 종말』은 노동 문제를, 『소유의 종말』은 접속권 문제를, 『수소 혁명』은 석유 시대의 종말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만 얘기하고 있지만, 『공감의 시대』에서 저자는 인류사에 대해 아예 전혀 새로운 해석을 내놓고 있다.

‘공감’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최근 생물학계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 문명의 명멸 원인을 이 공감의 물결과 엔트로피의 상호관계에서 찾고 있다. 고대 신화적 시대(구두문화)와 농경사회(문자문화)의 신학적 의식에서 시작하여 인쇄 기술이 촉발한 1차 산업혁명과 전기통신 기술이 초래한 2차 산업혁명을 거쳐 20세기 심리학의 시대까지, 그리고 21세기 분산 네트워크 혁명과 에너지 제도의 혁신이 이끄는 분산 자본주의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의식의 변화를 살핌으로써, 앞으로 경제, 사회, 정치에 3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파급 효과를 예언하고 있다. 공감의 시대를 열기 위해 저자는 이제까지의 연구를 총동원하여 생물학과 에너지 과학뿐 아니라 인류학, 사회학, 심리학과 같은 인문학에서도 해답을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감의 시대』는 평생 함께 사는 지구의 미래를 고민해 온 성숙한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 사상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민음사 편집부 양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