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의 비밀』살고 싶으세요? 그럼 다이아몬드를 준비하세요.

 

   
  혼기가 찼지만 결혼을 못 하고 있는 청춘 남녀들을 위한 또 다른 틈새시장 공략법인가? 하지만 아니다. 그저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반짝이며 연상되는 “다이아몬드”. 그런데 바로 이 다이아몬드에는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어느 이야기가 있다.

  신종 인플루엔자 뉴스로 전국이 들썩이는 요즘, 중국에서는 때 아닌 페스트까지 발병해 세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중세 유럽에서 크게 유행해 사람들을 공포에 빠뜨린 페스트. 의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당시 수많은 사람들은 제대로 처방받지도 못한 채 이 역사적 대재앙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다. 증세가 심하고 사망률이 높은 데다 전염력이 강한 페스트를 막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서는 미신에 의지한 다양한 처방법이 전해졌는데, 그중 가장 강력한 부적으로 알려진 것이 바로 ‘다이아몬드 반지’였다. 더러운 환경에서 서식하는 쥐의 벼룩을 통해 확산되었던 페스트는, 쥐가 침입하지 못하는 견고한 집에 사는 부자들 사이에서는 전염될 확률이 현저히 적었다. 그 결과 “약지에 낀 다이아몬드는 앞날의 온갖 불행을 막아 준다.”라는 말이 떠돌게 되었고, 돈 많은 남자들이 약혼녀에게 사랑의 담보물로 다이아몬드 반지를 바치는 관습이 생겨났다. 현대의 우리에게 익숙한 이 장면의 기원에 페스트와 관련된 연유가 있었다는 건 흥미로운 사실이다.    

  “프랑스 추리소설의 여왕”이라 평가받는 프레드 바르가스의 대표작 『4의 비밀』에서는 21세기 프랑스에 부활한 페스트가 살인의 도구로 사용되며 사람들을 또다시 공포에 빠뜨린다. 그리고 이 역사적 대재앙을 휘두르는 살인자의 손가락에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반짝인다. ‘신의 재앙’이라고도 불리는 페스트를 어떻게 신이 아닌 인간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지는 작품으로 직접 확인해 볼 것!

  값비싼 다이아몬드 반지를 지니지 못하는 일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처방법은, 자신의 집 문 앞에 좌우가 뒤집힌 ‘4’자와 그 아래 ‘CLT’라는 이니셜을 적어 넣는 것이었다. ‘CLT’는 라틴어 “Cito, longe fugeas et tarde redeas”를 줄여 쓴 것으로, 우리말로 “빨리 떠나라 그리고 오래 머물다가 늦게 돌아오라.”라는 뜻이다.(프랑스에서 출간된 『4의 비밀』의 원서는 바로 이 라틴어를 프랑스어로 번역해 제목으로 사용했다.) 다이아몬드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데다, 아무리 신종 플루가 극성을 부려도 한국을 떠날 수 없는 당신이라면? 그렇다면 『4의 비밀』에서 알려 주는 마지막 처방법을 써 보자. ‘BLB’. “빨리 차단하라 그리고 잘 씻어라.”
 

[민음사 편집부 이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