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아│수달 씨, 램프를 끄며 외 6편

1978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아주대 경영학부를 졸업했다.

어떤 말로도 부족하고 어떤 말로도 넘칠 것이다. 그것이 소회를 적는 자의 숙명이다. 나는 오늘 밤 몇 개의 단어를 오래도록 쓰다듬으며 언어의 내부로 손을 넣는다. 황홀과 절망에 기대어.

낙서, 내게 시는 낙서로부터 시작되었다. 수신인이 부재한 채 놓인 어린 언어들, 완결된 문장이 아니라 열려 있는 채 성립되며 이내 부서지는 낙서. 고개를 들고 말하는 일보다 고개를 숙이고 말을 닫는 일로 현기증을 앓는다. 그것이 불가해한 세계에 대한 나의 유일한 정직이었을까.

심장, 훼손되고 악취 나는 우리들의 심장에 가까스로 닿을 수 있는 문장을 일으키고 싶다. 불가해의 힘으로, 불가능의 힘으로 나는 폭발하려는 어떤 움직임이다. 나로서, 나로써 기록될 언어의 둘레를 느리게 돌며, 온몸으로 첨벙이며. 두렵고 흔들리는 감정이 나와 포개어진다.

감사한 분들이 많지만 깊은 인사를 미루고 싶다. 그러나 성급한 것이 아니라면, 내게 詩이신 분, 할머니께 감사를 돌린다. 글을 모르시는 할머니. 서툰 이 글들을 여러 번 쓰다듬으실 것이다. 그녀가 나와 사물에 스미는 오랜 방식이다. 할머니께 이 작은 감사를 드릴 수 있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