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민│달은 구멍

1967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안양대 신학과와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이 소설은 짧은 시였다. 잠을 자고 있는데 시의 뼈들이 덜거덕거리며 변신을 시작했다. 무시했다. 잠이 오지 않았다.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난 시각은 밤 12시. 화장실을 다녀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한바탕 꿈을 꾸고 일어나니 아침이 밝아 있었다. 그렇게, 시는 소설이 되었다. 하룻밤 만에 태어난 이 소설이 당선 소식으로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민음사와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린다. 하루 한 번씩 걷는 강변엔 갈꽃들이 피어 있었다. 당선 소식을 듣던 날, 갈꽃들이 허공에서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몸이 떨렸다.
생각나는 분이 있다. 고1 여름방학식 날. 선생님은 나를 불러 단편소설을 써 오라고 하셨다. 써 가지 않았다. 기타를 치고 놀러 다녔다. 시인이셨던 선생님은 내가 시를 쓰겠다며 문학반을 기웃거릴 때도 너는 소설을 써라, 하셨다. 시도 소설도 쓰지 못했다. 글을 버리고 말을 택했다. 늘 그분이 그리웠다. 그분은 지금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서 고전문학을 가르치고 계시다. 유병환 선생님. 그러니까 이 소설은 27년 만에 당신께 내놓는 나의 여름방학 숙제다. 그리움이다. 다시 글을 쓰려니 몸이 떨린다.
마지막으로 이 말을 해야겠다. 비행기가 지나가면 아빠의 당선을 위해 기도했다는, 당선 소식을 듣던 날도 버스 정류장에서 함께 기도했다는 두 아들 은혁아, 민혁아! 사랑해! 너희들을 보면 몸이 떨린다. 조금씩, 아빠는 움직인다. 아빠는 허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