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주요 고전 문학으로 꼽히는 『호밀밭의 파수꾼』(Catcher in the Rye)의 작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가 2010년 1월 27일 미국 뉴햄프셔 자택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1951년 그가 펴낸 『호밀밭의 파수꾼』은 샐린저를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린 작품입니다.

▶ J. D. 샐린저
샐린저는 1919년 미국 뉴욕시에서 부유한 아일랜드계 아버지와 스코틀랜드계 아일랜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펜실베이니아에서 밸리포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뉴욕 대학교와 컬럼비아 대학교 등에서 창작 수업을 받았다. 2차 세계대전 중 보병으로 소집되어 노르망디 상륙작전에도 참가하였으나, 군 생활에서 겪는 스트레스로 입원하기도 했다. 샐린저는 단편 작품들을 주로 《뉴요커(The New Yorker)》에 발표했다. 그리고 단 한 편의 장편소설 『호밀밭의 파수꾼』(1951)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 작품은 출간되자마자 전후 세대의 젊은 층을 사로잡으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현재에도 매년 30만 부가 팔리고 있다. 그 밖에 단편집 『아홉 편의 이야기(Nine Stories)』(1953)와 『프래니와 주이(Franny and Zooey)』(1961) 등이 있다. 1980년대 말에 세 번째 부인 콜린 오닐(Colleen O’Neil)과 재혼했으며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극도로 기피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영화 「파인딩 포레스트」는 이러한 은둔의 작가 샐린저를 모델로 다루었다.
2010년 1월 28일 그의 아들 매트 샐린저(Matt Salinger)는, 샐린저가 1월 27일 미국 뉴햄프셔의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향년 91세. 2009년 5월 엉덩이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음에도 건강을 유지하다가, 2010년 들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었다. 그동안 사생활 노출을 철저히 거부했던 샐린저였으므로, 그의 가족들은 추도식도 별도로 치러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 『호밀밭의 파수꾼』
『호밀밭의 파수꾼』은 주인공 홀든 콜필드가 학교에서 퇴학을 당해 집에 돌아오기까지 며칠간 겪는 일들이 독백으로 진행되는 작품이다. 콜필드는 정신적으로 파괴되어 가지만 그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은 모두 아랑곳하지 않고 기존 질서에 잘 적응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성에 눈떠 가는 소년의 눈으로 본 세상과 인간 조건에 대한 예민한 성찰을 통해 청소년과 성인 모두의 공감을 얻고 있는 소설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윌리엄 포크너가 ‘현대문학의 최고봉’이라고 극찬했으며, 역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르 클레지오가 “지금까지 가장 큰 영감을 준 작품이 바로 『호밀밭의 파수꾼』이다.”라고 밝히는 등 수많은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그린데이, 오프스프링, 빌리 조엘 등 수많은 뮤지션들을 콜필드 신드롬에 빠지게 하기도 했다. 후에 엘리아 카잔( Elia Kazan) 감독이 영화화하고자 했으나 샐린저는 “홀든이 싫어할까 봐 두렵다.”라는 이유로 허락하지 않았다. 또한 이 작품은 존 레논의 암살범 마크 채프먼(Mark Chapman)이 탐독한 소설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암살 순간 그의 손에 『호밀밭의 파수꾼』이 들려 있었으며, 그의 암살 동기는 거짓과 가식에 대한 콜필드의 절규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가운데 독자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을 받은 책이기도 하다. 2001년 9월 1일 첫 출간된 이후 63쇄를 찍었으며 약 37만 부가 판매되어, 전 세계에서 널리 사랑받는 이 소설이 한국 독자들에게도 꾸준히 읽히고 있음을 입증했다. 민음사는 저자와 직접 저작권 독점 계약을 맺고 출간하여, 원문과 저자의 의도에 충실히 번역하고 편집했음은 물론, 아무런 표지 디자인을 원하지 않는 저자의 의도까지 반영하였다. 표지에 제목, 저자, 역자만 들어 있는 다소 밋밋해 보이는 표지가 이런 이유로 탄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