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 이메일 인터뷰 – 이제는 ‘어둠’으로 ‘어둠’을 치유할 것

Q. 소설 `무지개’는 도시생활에 지친 주인공이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것 같다. 작가로서 이 소설에서 어떤 주제를 전달하고 싶었는지 설명해 줄 수 있나

이 이야기는 제 소설 중에서도 주제의식이 강하지 않으며, 보다 ‘읽을거리’다운 면이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애라는 것은 무엇인가, 다른 사람들에게서는 채울 수 없는 그 무엇을 연인들끼리 공유했던 것일까. 그런 정도의 ‘옅은’ 이야기라 할 수 있겠습니다. 타히티의 자연 묘사와 동물과의 애정이 그 옅은 색 중에서 단 하나 짙은 색채라고 생각됩니다.

Q. 예전에 한국에 방문했을 때 “상처를 어루만지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소설을 쓰는 것입니다.
소설을 읽는 동안 독자가 평소에 별로 깊이 생각하거나 느끼지 않은 채, 잊고 있었던 섬세한 감정의 움직임을 체험하며 마음 깊은 곳에 자기도 모르게 마사지를 받는 것과 같은, 그런 효과를 문장의 힘으로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타히티를 여행하고 쓴 작품이라고 들었다. 소설과 일러스트에서 강한 색채감이 드러나던데 여행의 경험이 영향을 미친 것인가. 또 책에 실린 일러스트레이션도 인상적인데 직접 고른 것인지

그렇습니다. 일러스트를 맡은 하라 상과 함께 여행을 하고, 여러 가지 풍경을 보며 서로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타히티는 색채와 태양의 광선이 특별한 곳이었습니다.
그 느낌이 잘 살아난 것 같습니다.

 
Q. 이 소설은 2002년에 쓰여진 것이라고 알고 있다. `무지개’`왕국’으로 이어지는 작품 경향을 보면 톤이 약간 어두워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지금까지 당신이 라이트 소설의 대명사로 여겨짐에도). 책을 보진 못했지만 얘기를 들으면 당신의 최근 장편작 `그녀에 대해서’는 전개가 더 무거워졌다고 하던데 소설 톤이 더 어두워진 이유가 있나

일본은 현재 경제나 정치, 교육, 범죄 문제가 심각해져,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굉장히 무겁고 어둡습니다. 그런 중에 밝은 것이나 가벼운 것을 내밀어 보아도, 도저히 독자들의 마음에 닿을 수 없습니다. 일본의 분위기가 무거워진 것이 작품에도 반영된 듯합니다.

 
Q. 당신의 아버지는 일본 전후 최대의 사상가였다. 아버지의 영향이 당신 소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과거와 지금 양쪽을 모두 살펴봤을 때

어린 시절, 아버지는 집에서 일을 했는데, 조직에 속해 있지 않은 그 모습에 가장 큰 감화를 받았습니다. 자신의 생각 하나만으로 그럭저럭 살아 나갈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또한, 아버지는 말하는 바와 삶의 방식에 차이가 없는 분으로 겉과 속이라는 것을 구분 짓지 않았습니다. 그런 점을 예전도 지금도 존경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노숙자에게친절하게 대하라고 말하면서도 실제로 그런 사람이 다가오면 냄새가 난다며 차별하는 사람들도 있죠. 아버지에게는 그런 면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언제나 말과 생각과 행동이 일치했습니다.
아버지는 언제나, 언제까지나 자신의 마음속 연약함과 싸워 오던 분입니다. 저 역시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Q. 당신의 어린 시절은 어땠나. 어릴 때부터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나. 다른 분야에도 관심이 많았는지.

다섯 살부터 계속 소설을 써 왔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골목을 누비던 말괄량이였지요. 친구들과 지붕에 올라가기도 하고 담을 넘어 사람이 살지 않는 집에 들어가 모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저는 어린 시절 한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엄격한 훈련을 했습니다. 굉장히 고독하고 내면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가족은 서민 일가답게 소박하고 사이가 좋았습니다. 일곱 살 위인 언니는 몸이 약했던 어머니 대신 저를 돌봐 주었습니다. 다들 예술가 유형이라 심하게 부딪칠 때도 있었지만 지금 와서 보면 그것도 좋은 추억입니다.

Q. 저번 방한 때 아이를 기르느라 정신이 없다고 했다. 요즘은 무엇을 하고 지내나

아직도 육아에 푹 빠져 있습니다. 아이가 말을 하게 되면서부터 정말 즐겁습니다. 그 외에는 연로한 부모님과 보내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Q. `그녀에 대해서’ 쓴 이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를 보니 를 보니 “사람들은 오히려 어두운 소설을 읽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제 작품도 그런 풍으로 바꿔 쓰겠다는 것인가.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쓸 계획인지

다음 작품은 『왕국』의 속편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정말로 조용하고, 아무것도 아니지만 어쩐지 마음이 놓이는 그런 소설입니다. 그런 작품을 요즘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두움과 무거움이 극에 달한 일본에서는 현재, 그런 방향으로 조금씩 분위기가 전환되는 중입니다.
 

Q. 하루키와 함께 일본 대표작가이고 한국과 세계에서도 인정받는다. 독자들에게 인기도 많고.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독자들 반응은 신경 쓰는 편인가

그것은 저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작품으로서 독자에게 가까이 가고 싶다는 기분이 진실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저는 한 명 한 명 모두와 함께 있을 수 없지만 작품은 독자와 고통스러운 밤을 함께 보낼 수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해서 다른 분들의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 구원받으며 살아왔기 때문에 그 기분을 알고 있습니다.
독자의 반응에 신경을 쓰지는 않습니다만, 읽은 사람들로부터 ‘구원받았다’, ‘괴로운 시절, 이 소설을 읽고 극복했다’와 같은 말을 듣는 게 가장 행복합니다.
 

Q. 당신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그것은 이미 제게 있어 거의 호흡과도 같은, 없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진부한 말입니다만 사람은 살아 있는 한 남들에게 주고, 자신의 능력을 사회에 되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있어 그것은 문장을 쓰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