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양구에서 태어났다. 200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빛이 스며든 자리」 당선.

세레타이드 제조업체인 글락소 스미스클라인 관계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여러분이 아니었다면, 기침과 가래와 호흡곤란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을 거예요. 순식간에 허기를 채울 수 있게 해 준 켈로그 생산자와 옥수수를 키워 준 농부들, 항상 임신 상태에 있어야만 하는 젖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어깨 결림을 풀어 주는 원목 안마봉을 1000원이라는 믿을 수 없는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해 준 중국의 노동자분들께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오랜 칩거의 문을 두드려 준 민음사와 제 소설을 귀엽게 여겨 주신 김미현·정미경·정영훈 선생님, 고맙습니다.
살아 있었으면 가장 기뻐했을 엄마와 아빠, 그리고 가족들, 새울 동인들과 문우 ‘그년들’, 히키코모리인 저와 놀아 주었던 보리와 벨라도나 코브의 심들에게 감사의 키스를 날립니다. 구효서 선생님! 눈앞의 발자국을 따라갔을 뿐인데, 어느 날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보니 거기에 선생님이 계셨어요. 사랑하는 응오 씨, 여느 아내들처럼 살뜰하게 챙겨 주지 못해 미안해요. 제 소설의 시작이 당신으로 인해 비롯됐듯이, 종착점에서도 당신과 함께일 거예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자매처럼 지내 온 친구가 저에게 두 개의 어휘가 결여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맙다와 미안하다. 열일곱 살 때부터 모든 일을 홀로 결정하고 책임져 왔던 저는 누구에게든 세상의 그 무엇에든, 고마울 것도 미안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설을 쓰는 일은 세상의 수많은 존재에게 빚을 지게 합니다. 미안하고 고마운 것이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저에게는 갚을 길이 없습니다. 별 쓰임새 없이 비루한 제 소설이 읽는 이에게 잠시 위안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랄 뿐입니다.
참, 지하철 1호선에서 만난 랜턴 전문 잡상인 미스터 리와 이제 아기 엄마가 되었을 수지 양에게 안부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