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문학사의 ‘거대한 뿌리’ 김수영 시인의 육필 원고를 영인한 『김수영 육필시고 전집』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김수영 시인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시인 중 하나이지만 그에 관한 자료는 턱없이 부족했다. 현존하는 전체 179편의 시 수고를 포함한 총 354편의 육필 시 원고를 수록하여 김수영 시인 연구의 초석이 될 방대한 자료를 제시했다.

『김수영 육필시고 전집』은 시인 작고 후 40여 년의 시간 동안 원고 보관에 심혈을 기울인 유족들의 노고에 엮은이의 7년간의 자료 조사와 연구가 덧붙여진 결정체다. 책 편집 과정에서 기존에 발표되지 않았던 새로운 시 「겨울의 사랑」을 비롯하여 그간의 연구 결과를 뒤집는 새로운 사실들이 많이 발견되었으며, 기존 전집이나 여타 지면을 통해 발표됐던 내용 중의 오류도 상당 부분 바로잡을 수 있었다. 일제 말기부터 한국 전쟁까지 격변기에 다수의 자료들이 사라진 우리나라에서, 이 원고들은 그야말로 한국 현대 문학사 연구의 보고다. 시의 수정과 가필, 행갈이의 조정 과정 등 착상에서부터 최종 발표본에 이르는 과정이 생생하게 담긴 이 책은 그간의 연구를 확연히 뛰어넘을 수 있는 획기적 자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