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대 문학이 낯설다면, 모옌으로 시작하세요.”

모옌이 201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우리 독자들에게 중국 현대 문학은 아직 생경함이 큰 것이 사실이다. 누군가 내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현대 문학을 왜 읽어야 하죠?”라고 묻는다면, 나는 그저 “재미있으니까요! 정말 재미있다고요!”라고 말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모옌의 작품에는, 그 작가가 모옌임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아니 작가가 없는 야화라 하더라도 듣는 이를 곧바로 매혹시킬 ‘이야기의 힘’이 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느냐고? 지금부터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영감이 되고, 관객들에게는 감동이 된 세 편의 영화를 소개하겠다. 이 세 편의 영화 모두가, ‘모옌’의 소설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것!


1. 붉은 수수밭(紅高梁, Red Sorghum, 1988), 원작 : 『홍까오량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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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거장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을 맡고, 배우 공리가 주연을 맡은 화제작. 여주인공(공리)은 18살의 꽃다운 나이에, 나병을 앓고 있는 양조장 집 아들에게 팔려가듯 시집가게 되는데……. 나귀 한 마리와 맞바꿔져 집을 떠나던 그날, 그녀의 꽃가마를 메고 가던 가마꾼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강렬하게 흔들리는 붉은색의 이미지로 두 남녀의 원초적인 사랑과 일본군에 대항하던 중국 민초들의 불굴의 생명력을 그려 낸 수작. (영화 정보)

 

2. 누안(暖, Nuan, 2003), 원작 : 「백구와 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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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옌 중단편선』 수록 작품 「백구와 그네」가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다. 주인공 ‘나’는 어릴 적 내가 밀던 그네에서 떨어져 한쪽 눈을 잃은 ‘놘’과 재회한다. 어른이 된 ‘나’는 그녀의 남편과 세 아이가 모두 벙어리이며 남편의 의심 속에서 그녀가 불행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단박에 알아챈다. ‘놘’의 집에서 그녀의 남편이 시험하듯 건네는 술잔들을 죄책감과 그리움 그리고 무력감이 뒤섞여 전부 받아 마신 ‘나’는 다음날 아침 그곳을 떠나는데……. 무거운 마음을 애써 떨치며 걷는 ‘나’에게 벼랑 끝의 그녀가 한 마지막 부탁은 무엇일까? 처연하도록 아름다운 ‘인간’의 이야기가 훠젠치 감독의 탁월한 영상미와 만났다. (영화 정보)

 

3. 행복한 날들(幸福時光, Happy Time, 2000), 원작 :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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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머우 감독이 다시 한 번 모옌의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웃픈’ 이야기의 정석이다. 정년퇴직 후 힘들게 살아가던 50대 자오는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되지만, 사치스러운 그녀는 5천 위안이나 되는 거금을 결혼 지참금으로 요구한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자오는 버려진 버스 한대를 ‘해피 타임 호텔’이라는 여관으로 개조해서 숙박업을 시작하는데……. 버스 안에서 흘러나오는 연인들의 교성을 들으며 이 작은 호텔을 열심히 운영하는 자오. 과연 그는 사랑을 이루고 행복한 날들을 시작할 수 있을까? (영화 정보)

 


 

‘필력’보다 ‘입담’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작가 모옌. 그것은 문학이든 영화든 장르를 막론하고 ‘이야기의 본질’을 꿰뚫는 눈을 그가 가지고 있기 때문 아닐까? 모옌의 입심이 낳은 대표 중·단편으로 추려진 『모옌 중단편선』. 또 다른 예술가의 영감이 될지 모를 바로 그 ‘이야기’들을 미리 만나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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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편집부 박혜진

모옌 | 옮김 심규호, 유소영
출간일 2016년 9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