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는 한국의 현대 회화와 함께한다. 가장 촉망받고 있는 한국의 문학과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한국의 미술이 계속해서 만난다. 박솔뫼 작가의 『도시의 시간』표지가 경계를 흐리는 독특한 기법과 뭉클한 색감으로 동심의 원형을 표현하는 신지현 작가의 작품과 협업했다면 이번에 출간된 서유미 작가의 『끝의 시작』은 미술 거장들의 방을 재현하는 작업으로 알려진 남경민 작가의 「호크니 첨벙을 방 안에서 바라보다」와 협업했다. 호크니의 「첨벙」과 남경민의 「호크니 첨벙을 방 안에서 바라보다」를 살펴보는 것은 『끝의 시작』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남경민 그림

▲(왼쪽) 데이비드 호크니,「첨벙」│(가운데) 남경민,「호크니 첨벙을 방 안에서 바라보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미국 팝아트를 대표하는 작가다. 수영장 시리즈라고 할 정도로 호크니 그림에는 수영장이 자주 등장하는데, 「첨벙」 역시 중산층 저택을 배경으로 한낮의 수영장을 그리고 있다. 따뜻하고 평화로운 가운데 첨벙, 하고 솟구치는 포말만이 나른과 정적에 파열을 가한다. 지금 우리 눈엔 보이지 않지만 방금 누군가가 물속으로 뛰어든 것이다. 「호크니 첨벙을 방 안에서 바라보다」는 제목 그대로 호크니의 작품을 방 안에서 바라본다. 그것은 마치 영무와 여진, 그리고 소정의 평화롭고 무람없어 보이던 일상에 찾아온 이별과 사랑, 끝과 시작, 말하자면 인생의 ‘첨벙’에 대한 이야기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과 닮았다.

『끝의 시작』은 봄꽃이 절정에 달하는 4월 말에서 연잎이 시작되는 5월까지 한 달 동안의 이야기다. 인생에도 꼭 그맘때 같은 한 달이 있다. 흐드러지게 아름답기만 하던 사랑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발에 밟히고 때론 보기 흉할 정도로 망가지기도 하지만, 또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꽃이 떨어진 자리에 반짝반짝 빛나는 초록 잎이 솟아난다.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볼 때마다 한결같이 신비로운 초록. 그 재생하는 생의 아름다움이 이별과 사랑 앞에서 갈등하고 다짐하는 주인공들 뒤로 꽃잎처럼 날린다.

민음사 편집부 박혜진

서유미
출간일 2015년 1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