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혁명』소설도 아니고 역사책도 아닌, ‘대혁명 이야기’

『프랑스 대혁명』의 원고를 처음 접했을 때 느낀 것은 당혹감이었다. 이 원고에 ‘소설’이라는 이름표를 붙여야 할지, 아니면 ‘역사책’이라는 이름표를 붙여야 할지 애매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대혁명』은 프랑스 최고 권위 학술 기관인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이자, 베스트셀러 소설 『나폴레옹』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소설가 겸 역사가 막스 갈로의 책이다. ‘소설가 겸 역사가’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 갈로는 풍부한 사료와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소설, 역사서, 에세이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역사 현장을 생생하게 재현하는 능력이 탁월한 작가다. 그의 이런 장기는 『프랑스 대혁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루이 16세, 마라, 로베스피에르, 나폴레옹 등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인물들을 집중 조명하며 그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한 부분들에서는 정통 역사 소설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하지만 잊을 만하면 나오는 각종 수치, 신문 기사, 팸플릿, 편지 등 실제 기록을 인용한 부분들을 보면 이 책은 영락없는 역사책이다. 이쯤 되면 『프랑스 대혁명』이 소설인지, 역사책인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실 『프랑스 대혁명』은 둘 다이이면서 동시에 둘 다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어 원서 뒤표지에는 이 책을 ‘이야기(récit)’라고 설명하는 부분이 있고, 이를 토대로 정리해 보자면 『프랑스 대혁명』은 ‘실제 역사 기록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프랑스 대혁명 이야기’ 정도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갈로가 왜 문학적 방법론과 역사적 방법론을 접목한 이런 독특한 글쓰기를 하는지가 의문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은 현실을 어느 정도 반영하긴 하지만 결국 허구라는 한계를 지니고, 역사책은 사실을 기록하긴 하지만 통계와 수치 자료 그리고 온갖 기록에 파묻혀 막상 실제 인간의 모습과 삶의 현장을 반영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 갈로는 두 장르 각각의 한계를 알고 이를 극복해 제3의 방법으로 ‘프랑스 대혁명 자체’를 왜곡 없이 생생하게 그려 내려 한 것이 아닐까? 딱딱한 역사책이나 교재를 통해 단편적으로만 접해 오던 대혁명의 참 모습이 궁금하다면, 전 세계를 뒤흔들고 현대 세계의 시초가 된 혁명의 의의와 그 이면을 알고 싶다면 『프랑스 대혁명』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민음사 편집부 신동화

막스 갈로 | 옮김 박상준
연령 15세 이상 | 출간일 2013년 6월 28일
막스 갈로 | 옮김 박상준
연령 15세 이상 | 출간일 2013년 6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