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악은 단순한 위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음악은 한동안은 도움이 되었지요. (중략) 상처는 오랜 친구처럼 변함이 없어요. 해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고, 그러다가 마침내 상처가 영원히 낫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게 되고, 결국은 거기에 싫증이 납니다. 아주 지겨워지죠. (중략) 상처를 고친다고? (중략) 내가 원하는 건, 내가 지금 바라는 건 위안뿐이오.”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에서 유명 피아니스트인 주인공 라이더는 연주 여행차 도착한 가상의 도시에서 지금껏 성공을 위해 저버렸던 사랑과 가족, 부모, 어린 시절의 우정 같은 것들을 되살리고자 동분서주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 소설 속 도시는 차갑고 쓸쓸하며, 등장인물들은 오랜 친구 같은 상처를 안은 채 외로이 살아간다. 그들은 음악에서 위안을 얻고자 하지만 음악은 완벽한 위안을 주지 못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사람의 온기가 깃든 따스한 위안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상처가 완전히 나을 수 없다 해도 “내가 사랑하고 또 나를 사랑해 준 사람”에게 ‘위안’을 얻는 것, 그것만을 원하고 바란다고 고백한다.
작가는 상처가 완전히 낫지 못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는 따뜻한 위안만으로 충분하지 않겠느냐며 우리에게 넌지시 속삭인다. 지금 당신 옆에 있는, 소설 속 라이더와 꼭 같이 상처에 아파하고 외로워할 그를 위로해 주라고. 꼭 안아 주라고.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을 읽고 있으니 내가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 비가 내리는 줄도 몰랐는데 속옷까지 이미 젖은 것을 발견할 때의 놀람이랄까.”(김탁환)

민음사 편집부 임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