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장의 교실』 연애와 성장, 야마다 에이미의 두 얼굴 읽기

 

야마다 에이미는 대담하고 파격적인 문체로 어른의 사랑과 섹스에 대한 적나라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사춘기 소녀의 섬세한 마음속 풍경을 그려 낸 소설로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성에 눈뜬 17살 여자아이들의 예민한 감수성을 잘 표현해 낸 『방과 후의 음표』, 일본 국정 교과서 검정 후보에 올랐다가 성적 묘사 등을 이유로 탈락한 사연을 갖고 있는 『나는 공부를 못해』 등이 그렇다. 조금은 삐딱하고 영악한 면을 지닌 주인공들이 겪는 당찬 사춘기 시절의 이야기는 야마다 에이미 특유의 거침없는 문체에 실려 알싸한 여운을 남기는 성장소설로 완성된다.

그중에서도 『풍장의 교실』은 1994년 국내에 처음 번역본이 발간되었으나 그 후로 오랫동안 절판되는 바람에 희귀본이 되어, 이 책을 애타게 찾아 헤매는 사람들로 하여금 헌책방을 전전하게 만든 작품이다. 나중에는 웃돈을 얹어서라도 구하고 싶은 사람들도 생겨나 정가의 열 배가 넘는 고가인 5~6만 원 선에 거래되기도 했다. 당시 독서 애호가들이 모이는 인터넷 동호회에서 역시 이 책을 팔거나 빌려 달라고 청하는 글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시골 초등학교에 전학 온 5학년 소녀의 이야기에 이렇게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애착을 갖고 있는 것은 그만큼 소설의 주인공이 겪는 치열한 성장통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았다는 뜻일 것이다. 교실이라는 폐쇄적인 공간 안에서 생겨나는 동성 친구들 사이의 미묘한 우정과 질투 등, 마음속 한구석에 고여 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일깨우고 승화시켜 주는 이 짧은 소설을 몇 번이나 곱씹으며 자신만의 보물로 간직하고픈 사람들의 러브콜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다.

[민음사 편집부 양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