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으로 여행하는 기분으로 시를 읽어주세요

제 9회 미당문학상 수상자인 김언시인과의 인터뷰가 2009년 9월 30일 신사동에서 있었습니다.

Q. 먼저 미당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선생님께도 이번 수상이 각별한 의미가 있으실 것 같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입니다. 무척 놀랐습니다. 기쁘고요.

Q. 미당문학상뿐만이 아니라, 시전문 계간지 <시와사상>에서 주관하는 <동료들이 뽑은 올해의 젊은 시인>상의 수상자로 선정되셨다고 들었습니다. 동료 시인들에게 인정받는다는 사실도 크게 의미가 있으실 것 같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요.
사실 이번 시집을 내면서 가장 욕심났던 상입니다. 받고 싶었던 상이에요. 동료 시인들에게 인정받았다는 의미니까요. 앞서 이 상을 수상한 김행숙, 진은영 시인은 후에 이름이 남을 시인들입니다. 그 뒤에 있는 것이 영광스럽습니다. 자랑스럽고 무척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과분하기도 하고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선배 시인들이 피 흘린 결과라고 생각하여 책임감, 문학적 부채감이 있습니다.

Q. 제목 <소설을 쓰자>가 가진 의미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여기서 ‘소설’은 장르로서의 그것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 밖의 시, 다른 시를 표시한 것입니다. ‘다른 시’를 쓰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 어려움을 표현한 것입니다.

Q. <소설을 쓰자>의 시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무엇입니까?
‘지난해와 지지난해’.
큰 고민을 한 시가 아니라 어느 날 뚝 떨어진 작품입니다.

Q. ‘김언’이 필명이라고 들었습니다. 시집에서도 문법과 언어에 대해서 많은 관심이 드러납니다. 특히 일부러 표준 문법에 어긋나는 문장들을 사용하시는데, 그런 문장들을 사용하는 이유가 있다면?
문법은 ‘산문’에서 고려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는 그 표현이 아니면 안 되는 순간이 있기 때문에 그를 위해서는 문법보다는 어긋난 표현을 선택합니다. 편집부에서 교정을 하기도 했었지요.(웃음)
늘 보던 세계가 아니라 다른 세계를 체험하는 차원에서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여행하는 기분으로 봐 주세요. 안락한 여행보다 기억에 남는 것 고생스럽게 헤맸던 여행이듯이 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Q. 소설처럼 행간도 없고, 문장이 긴 시들이 많은데도 시를 읽고 있다는 남다른 느낌이 듭니다. 실험적이라고 감히 표현해도 될지… 조금은 낯선 시를 쓰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무엇이든지 시어가 될 수 있습니다. 단어의 문제가 아니라 배열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읽으면서 한동안 머무르게 했다면 굉장히 고맙습니다. 이물감(힘들게 하는 구석)이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르게 만들었다는 지표니까요. 시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가 아닌 것에서 시가 나오는 순간의 쾌감이 있습니다.

Q. 김언 작가의 시가 어렵다, 난해하다는 평에 대한 견해가 궁금합니다.
시와 비평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시는 예술이고 비평은 학문이지요. ‘어렵다, 난해하다’는 비평은 ‘접근 불가’라는 의미로 최후에 할 수 있는 것인데 조금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Q. 김언 작가에게 시란 무엇일까요?
다 아는 세계에서 새삼 길을 잃게 만드는 것입니다.
생각하게 하는 것이지요.

 

Q. 우리 시대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시인으로써 시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해 주세요.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것이 곧 재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