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클로딘』 “마치 먹기 좋은 음식처럼 나를 끌어당겼다.”

1-21-3_사진작가 나다르가 찍은 프랑스 여배우 에밀리 마리 부쇼(1900년경)

(왼쪽) 『파리의 클로딘』에서 클로딘과 닮은 여배로우 소개된 에밀리 마리 부쇼 (오른쪽) 작가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의 10대 때 고향집에서

 

『파리의 클로딘』은 시골 소녀 콜레트가 파리에서 처음으로 접한 도시의 삶을 소개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콜레트가 작가의 삶을 시작한 환경과 소설의 배경이 되는 파리의 장소들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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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콜레트」와 ‘클로딘 연작’의 『파리의 클로딘』

 

콜레트의 파리 정착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여전히 나는 이곳 파리 사람들이 누군가 시키는 대로가 아니라 스스로의 즐거움을 위해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런 5층짜리 거대한 상자 속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나름의 흥미가 있을 수 있다는 정도는 이해하게 되었다.” ‘5층짜리’를 ‘20층짜리’로만 바꾸면 딱 서울의 아파트 삶을 소개하는 한국 작가의 글 같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취향은 없고 유행만 있는, 그래서 ‘누군가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지루한 삶에 대한 거부감이 전해집니다. 하지만 파리와 서울의 큰 차이 가운데 하나는 바로 자연예찬자 콜레트가 마음의 휴식을 찾곤 했던 공원들인 것 같습니다.

 

1-1_몽소 공원(1860년경)

몽소 공원 정문(19세기 모습)

 

그 가운데 콜레트는 몽소 공원이 “마치 먹기 좋은 음식처럼 나를 끌어당겼다.”고 소개합니다. 바스락거리는 감미로운 소리를 사랑했던 콜레트는 이곳을 자주 찾았던 것 같습니다. “싱그러운 나무가 보여서 좋았고, 햇볕에 덥혀진 습기를 들이마시니 기분이 몽롱해졌다.” 아름다운 아르데코 문양의 몽소 공원 정문만으로도 꼭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은 곳입니다.

 

1-5_뤽상부르 공원의 현재 모습

1-4_뤽상부르 공원의 현재 모습

뤽상부르 정원(현재 모습)

 

클로딘이 자주 갔던 또 하나의 공원은 뤽상부르정원입니다. 시골의 자연 속에서 자란 클로딘으로서는 여기서도 “동물원에 갇힌 가련한 한 마리 들짐승이 된 것 같다.”고 한탄하긴 했지만 그래도 향기만은 최고라고 좋아했습니다. 17세기에 지어진 뤽상부르 공원은 화가들의 단골 소재이기도 해서, 지금도 공원에서 캔버스를 펼치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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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_존 싱어 사전트

반 고흐(위)와 존 싱어 사전트(아래)가 그린 「뤽상부르 공원에서」

 

한편 클로딘의 도시 생활에서 샤틀레극장 또한 중요한 무대입니다. 파리의 사교생활이 이뤄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공원과 달리 이곳은 문학소녀에게 감흥을 주는 장소가 못 되었는지, 클로딘은 이런 생각을 하며 무료한 시간을 달랩니다. “샤틀레 극장은 크기는 하지만 별다른 특징이 없고 아름답지도 않았다. 붉은 조명은 먼지 때문에 달무리처럼 흐릿했다. 그리고 정말 말똥 냄새가 났다! 1층을 내려다보니 머리들이 가득했다! 남자들은 검은색 머리, 여자들은 꽃동산 머리였다. 만일 내가 여기서 빵을 던지면 저 사람들이 입을 벌려 받아먹을까?” 아래 사진은 현재 샤틀레광장 야경과 극장 외관입니다.

 

1-6_샤틀레광장 야경 Théatre du Chatelet

 

『파리의 클로딘』에서 클로딘의 아빠는 딸에게 이사 가면 좋을 거라고 꼬드기면서 파리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소르본대학교가 바로 옆이야! 지리학회도, 생트즈느비에브 도서관도 정말 가까워!” 책벌레 클로딘은 파리에서도 외롭거나 방활할 때면 책을 찾았습니다. “나는 멍하니 책만 읽었다.” “책을 읽고 또 읽고, 정말 책만 읽었다. 닥치는 대로 읽었다. 책이 나를 이곳에서 끌어내 줄, 나 자신으로부터 꺼내 줄 유일한 것이었다.”

 

1-12_생트주느비에브 도서관 외관 1-10_생트즈느비에브 도서관 열람실

 

번역자 윤진 선생님은 클로딘을 이렇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클로딘은 열일곱 살 소녀로, 시골에서 적나라한 사랑의 생물학적 현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자라났고, 동시에 실제로 콜레트가 그랬던 것처럼, 어릴 때부터 독서에 심취한 탓에 소설 속 사랑의 환상을 익혔다. 그래서 클로딘은 스스로 다 안다고 믿는 것과 달리 순진하고, 하지만 사회의 도덕으로부터 자유롭기에 뻔뻔할 정도로 대담하다.” 마지막으로 소개드리는 장소는 바로 1851년 파리 팡테옹 광장에 세워진 도서관입니다. 위 사진들은 이 생트즈느비에브 도서관의 당당한 외관과 부드러운 열람실 모습입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많은 작가들이 앉아 있던 장소처럼 보입니다.

 

양희정 부장

연령 8세 이상 | 출간일 2019년 3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