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농담이다 #무엇이든 #가능한 #태그놀이

#스탠드업코미디 #루이스C.K. #앨리웡 #우주비행사 #웜홀이론 #아스파라거스비행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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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탠드업코미디_는 『나는 농담이다』의 주된 모드(mode)이자, 유력한 톤(tone)입니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은 스스로를 비하하면서 동시에 인간과 세계의 부조리한 면을 끄집어내는 것이죠. 어쩐지 불편한데 그럼에도 웃음이 나는 상황에 관객은 놓이게 됩니다. 인종차별, 폭력, 페미니즘, 섹스, 종교 등의 주제가 그러할 것입니다. 김중혁 작가는 좋아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앨리웡_을 꼽았습니다. 임신한 몸으로 다소 과장된 안경을 쓰고, 그것보다 더 과장된 표정으로 훌륭한 연기를 보여 주더군요.

 

Stars visit Camp Arifjan

 

한편 소설의 주인공인 송우영은 제게 #루이스C.K._와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위악적인 농담 안에 깃든 인간적 면모라고 할까요. 물론 우리의 송우영은 배가 불룩 나오거나 탈모로 고민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만…… 송우영은 주로 섹스를 이야기합니다.(뭘 계속 빨았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는 둥.) 소설에서의 첫 공연의 말미에서는 이런 말도 하죠.

 

“어제 꿈을 하나 꿨어요. 뭘 빠는 꿈은 아니었고요, 제가 벌레가 되어 있는 겁니다. 사과 위에서 꿈틀, 꿈틀, 거리면서 기어가는데 사과가 얼마나 큰지, 한숨만 나오더라고요. (중략) 그렇게 계속 갉아 먹었어요. 며칠이나 지났을까 환한 빛이 제 눈앞에 펼쳐졌어요. 드디어 사과를 관통한 겁니다. 사과 한가운데에다 제가 길을 만든 겁니다. 저는 두 팔을 높이 쳐들면서 환화를 하려고 했는데 팔이 없어요 (중략) 반대편 끝에 뭐가 있어요. 자세히 보니 거기에 내가 있는 거예요. 며칠 동안 사과를 갉아 먹었는데, 제기랄, 나는 왜 저기에 있는 거야?”

 

 

photo-1454789548928-9efd52dc4031 아스파라거스우주비행체

 

 

 

어때요. #웜홀이론_이 떠오르시나요? 웜홀이론을 설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비유인 ‘사과 먹는 벌레’ 이야기를 송우영은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부형제인 이일영과 연관성이 은연중에 드러나는 것 같네요. 이일영은 #우주비행사_입니다. 평생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죠. 그러나 얘기치 않은 사고로 우주미아가 될 위기에 처합니다. 송우영이 소설의 첫 장면에서 말하는 사과와 이일영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본 #아스파라거스비행체가 또 다른 결말을 상상하게 해 줍니다. 강차연의 말처럼, 우주에서는 무슨 일이든 가능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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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담이다』는 스탠드업 코미디에서 웜홀이론에까지 닿아 있는, 그러니까 농담으로나 가능한 소설입니다.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저는 이일영이 우주 속에서 죽었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가 않았습니다. 송우영의 코미디도 멈출 것 같지 않았어요. 둘은 어디선가 만날 것이고, 그 공간이 책장을 덮는 당신의 손가락, 검지 끝의 지문 속 작은 우주라고 해도 저는 놀라지 않을 작정입니다. 반복해서 말하자면 우주에서는, 농담에서는, 아니 소설에서는 그 무엇이든 가능하니까요.

 

민음사 편집부 서효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