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시214_희지의세계_표1

 

4년쯤 됐을까. 시 잘 쓰고 어리고 괜찮은 친구가 나타났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쩐지 나는 콧방귀를 끼면서 헛웃음을 치면서 시인치고 그런 사람 없다고 단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만났다. 그는 어리고 괜찮고 멋졌다. 겸손하지만 자신감이 있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얼굴은 약간 긴 듯했는데, 따지자면 가수 겸 작곡자 유희열 쪽 얼굴에 가까워서, 아주 잘생기진 않았어도 꽤나 인기가 있을 법했다. 거듭 말하자면 시인치고 그런 사람 별로 없는데, 황인찬이 그렇다. 

2년쯤 됐을까. 그가 K-POP에 정통한(?) 시인이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는 살갑고 반가운 마음이었다. 그가 엑소의 열혈 팬임은 인터넷 매체에 뉴스(!)로 뜨기도 했다. 그는 ‘공방’에 쫓아가 ‘최애캐’를 응원할 줄 아는 시인이다. 엑소 외에도 샤이니, 에프엑스, 티아라 등을 좋아했고 지금은 세븐틴에 관심이 있는 것도 같다. 주로 걸 그룹이나 군소 기획사를 ‘하드캐리’하는 실력파 가수를 좋아하는 나와는 취향의 영역이 미세하게 갈렸지만, 어쨌든 그는 잘생기고 잘 부르고 잘 추는 완성형 아이돌을 아끼는 것 같다. 세계로 뻗어가는 K-POP의 지향점과 종착점을 이미 간파하고 있다고나 할까. 시인이 이 분야의 통찰력을 갖기가 쉬운 일은 아닌데, 황인찬은 해낸다.

3달쯤 됐을까. 그의 원고를 받았다.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인 첫 시집,『구관조 씻기기』에 이은 두 번째 시집 원고다. 우리는 아이돌 이야기를 하다가 다른 시인이나 소설가 걱정을 하다가 어른들 흉을 보다가 헤어졌다. 그에게는 풍문으로만 들었던 ‘시인다움’이 없다. 차라리 가요와 게임을 좋아하는 ‘트잉여’에 가깝고, 좋아하는 것을 확실히 좋아하는 ‘덕후’의 면모도 선연하다. 좋은 목소리를 지녔고, 어른답게 친절할 줄 알고, 아이처럼 징징거릴 줄도 안다. 이 모든 게 참 좋아서 그를 만나면 즐겁다. 그와 나는 드문드문 만나 왁자하게 수다를 떨고 손 흔들며 헤어진다. 그날은 자리에 돌아와 그의 원고를 열었을 뿐인데.

……

시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하지 않는 게 좋겠다. 황인찬은 시는 시로 이야기되길 원하는 것 같다. 그러하니 우리도 그의 시를 읽고 다음 이야기를 해야만 할 것이다.

 

다만 내가 느낀 점은 이것이다.

황인찬은 시인이고, 게다가 아주 엄청난 시인이다.

곧 나올 시집 『희지의 세계』가 이를 증명할 것이다.

 

 

*민음의 시 214, 황인찬 시집 『희지의 세계』는 9월 18일 출간 예정입니다.

민음사 편집부 서효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