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문․전원교향곡․배덕자』 세 작품의 공통점을 아시나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된 앙드레 지드 선집에는 모두 세 작품이 실려 있다. 대표작으로 유명한 「좁은 문」, 지드의 작품 중 가장 서정적이고 아름답다고 알려진 「전원교향곡」, 그리고 그의 첫 소설이지만 국내에는 거의 번역, 소개되지 않은 「배덕자」이다. 그리고 이 세 작품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여자 주인공들은 모두 OOO’라는 점이다.(이 글에는 상당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아직 읽어 보지 않은 분들은 살포시 ‘뒤로 가기’를 누르셔도 좋다.)

 

「좁은 문」의 알리사

먼저 「좁은 문」을 살펴보자. 「좁은 문」의 여주인공 알리사는 제롬의 외사촌 누나다.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서로에게 푹 빠졌고, 제롬은 두 사람이 결혼할 거라는 사실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라는 성경 구절처럼, 알리사와 함께 그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것만이 자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알리사는 어느 순간부터 제롬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그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자기 곁에 두려고 하지 않는다. 흔히들 말하는 ‘밀당의 고수’ 같기도 하고 ‘철벽녀’ 같기도 하다. 제롬은 알리사를 잊지도 못하고 가지지도 못한 채 점점 말라 간다. 그리고 어느 날, 알리사는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

 

「전원교향곡」의 제르트뤼드

「전원교향곡」은 어떤가. 눈먼 소녀 제르트뤼드는 한 노파와 함께 거의 짐승처럼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노파의 죽음을 지키러 온 목사가 그녀를 거둔다. 목사의 보살핌으로 그녀는 점점 아름답게 성장한다. 제르트뤼드는 순진무구 그 자체다. 세상을 볼 수 없었기에 오히려 그녀 머릿속 세상은 맑고 깨끗했다. 목사는 그런 제르트뤼드에게 사랑을 느낀다. 제르트뤼드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목사에겐 가정이 있다. 그리고 목사의 장남 자크와 제르트뤼드 사이에도 묘한 기류가 흐른다. 목사는 자크에게 “눈먼 불쌍한 소녀에게 나쁜 마음을 품지 마라!”며(진정 나쁜 마음을 품은 것은 누구란 말인가…) 훈계한다. 그 후 수술을 받은 제르트뤼드는, 눈을 뜨고 목사를 본다. 그리고 자크도 본다. 그리고 과연, 그녀는 깨달아 버린 것이다!

 

「배덕자」의 마르슬린

「배덕자」는 가장 심각하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역자는 이 작품의 제목을 사실 ‘패륜아’라고 하려고 했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배덕자’로 결정하게 되었다.) 미셸은 아버지가 세상을 뜨기 전에 서둘러 마르슬린과 결혼한다. 마르슬린은 정숙하고 마음씨 착한 여자지만, 미셸은 스스로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두 사람은 긴 여행을 떠나는데, 도중에 미셸의 폐병이 악화된다. 마르슬린은 낯선 고장에서 성심껏 남편을 돌본다. 그런데도 남편은 자꾸 한눈만 판다. 여행지에서 만난 건강하고 아름다운 알제리 소년, 소작농의 아들, 누군가의 정부…… 남편의 무관심과 냉랭함 뒤에서 마르슬린은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피를 토하기에 이른다.

 

앙드레 지드 일생의 사랑, 마들렌 지드(마들렌 롱도)

앙드레 지드 일생의 사랑, 마들렌 지드(마들렌 롱도)

그리고 지드 일생의 사랑, 마들렌 롱도

이쯤되면 짐작이 갈 것이다. 이 세 작품의 여주인공 모두는 결국 ‘죽는다.’ 그것도 홀로 외롭게. 사랑받지 못한 채. 앙드레 지드가 여러 작품 속에서 여성을 어떻게 등장시키고, 어떻게 묘사하는지에 대해선 이미 많은 연구가 되어 있다. 그리고 지드 일평생의 사랑이었던 사촌 누이 ‘마들렌 롱도’와의 그 유명한 ‘백색 결혼’ 역시 잘 알려져 있다. 지드는 어릴 때부터 마들렌을 사랑했고, 청혼을 거절당했음에도 꾸준히 그녀 곁을 지켜 결국 결혼에 성공했다. 하지만 여성에게는 육체적 욕망이 없다고 생각하여 평생 아내와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드 작품 속 여성들에게 바로 이 마들렌의 모습이 담겨 있다고, 많은 연구가들은 말한다. 「좁은 문」의 알리사를 통해 마들렌을 향한 자신의 사랑을 이야기하며, 「배덕자」의 미셸과 마르슬린을 통해 지드 스스로 자신의 후회스러운 지난날을 고백하고 반성하고자 했다고도 한다. 지드가 걸어 온 문학적 길 외에도 이러한 그의 삶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그의 작품들을 읽기를 권해 본다. 이 세 작품 외에도, 많은 작품 속에서 ‘지드의 여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민음사 편집부 박경리 

연령 15세 이상 | 출간일 2015년 7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