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영국의 영화 잡지 《엠파이어(Empire)》에서 1만 명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캐릭터를 뽑았다.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와 고담 시의 다크 히어로 배트맨 등을 제치고 대망의 1위를 차지한 캐릭터는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인디아나 존스였다. 조각 같은 외모에 흐트러진 옷매무새 사이로 남성적인 매력을 뿜어내는 그를 더 멋있게 만드는 건 그가 고대의 비밀을 추적하는 고고학자라는 사실이다.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캐릭터로 뽑힌 인디아나 존스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캐릭터로 뽑힌 인디아나 존스

 여기 한국에도 인디아나 존스만큼이나 매력적인 젊은 고고학자가 있다. 『유라시아 역사 기행』의 저자 강인욱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애리조나대학교의 교수로 입만 열면 고대의 역사와 문화, 언어에 대한 지식이 쏟아내는 인디아나 존스처럼 강인욱 또한 화려한 경력과 언변을 자랑한다. 강인욱은 자료 수집광이기도 해서 그의 노트북에는 희귀한 러시아 자료들이 가득하다. 초원 역사와 관련된 것이라면 죄다 읽고 모으기 때문에, 이 분야에 변변한 전문가가 없는 우리나라에선 인디아나 존스보다 훨씬 귀한 존재다.

 

‘뇌섹남’과 ‘모험가’의 면모를 모두 갖춘 젊은 고고학자 강인욱

‘뇌섹남’과 ‘모험가’의 면모를 모두 갖춘 젊은 고고학자 강인욱

 강인욱은 러시아어로 입도 뻥끗 못 하던 시절 러시아 유학을 택할 만큼 상당한 모험심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흥미롭게도 그는 ‘얼음 공주’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알타이 미라 앞에서 유학을 결심했다. 전시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시베리아과학원의 뱌체슬라프 몰로딘 교수가 그에게 북방 고고학 연구를 추천했기 때문이다. 2500년 전 알타이 깊은 산속에 묻힌 미라가 한국에 사는 한 젊은 고고학자의 인생을 바꾼 셈이다.  

강인욱을 시베리아 초원으로 이끈 알타이 고원 ‘얼음 공주’ 장례 그림

강인욱을 시베리아 초원으로 이끈 알타이 고원 ‘얼음 공주’ 장례 그림

 모름지기 한국의 인디아나 존스라 하려면 탁월한 운동신경과 날렵한 몸매가 필수적일 터, 강인욱 교수 역시 뱃살 두둑한 여느 교수들과는 사뭇 다른 인상이다. 수년 간 발굴장에서 다져진 다부진 체격에 수영과 사이클 등을 즐기는 운동광인 그는 요즘도 한강을 따라 한 시간씩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 게다가 악명 높은 경희대 언덕길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리는 통에 자연스럽게 운동이 된다고 하니 당장이라도 화려한 액션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강인욱 교수의 마지막 매력은 다정다감하고 젠틀한 성격이다. 중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그는 여학생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최근에는 그가 답사에서 다친 여학생을 업고 뛰었다는 일화까지 더해져 훈훈한 매력의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오래 전 결혼한 품절남이자 초등학생 아들을 둔 학부형이다. 박물관 학예사로 일하는 아름다운 아내와 아버지를 꼭 닮은 개구쟁이 아들은 세상 어떤 유물과도 바꾸지 않을 최고의 보물이라는데……. 잠깐, 이 가족 구성은 「인디아나 존스」뿐 아니라 「미이라」에도 사용됐던 클리셰가 아닌가! 불현듯 강인욱 교수 부부의 러브 스토리가 궁금해진다.

「인디아나 존스」와 「미이라」의 주인공 가족

「인디아나 존스」와 「미이라」의 주인공 가족

 민음사 편집부 최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