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마천의 『사기』, 그중에서도 특히 『사기 열전』은 ‘인간학 교과서’라고 일컬어진다. 수많은 인간 군상이 등장해 다양한 삶을 보여 주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물음에 대해 다양한 해답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왕이나 제후의 이야기를 다룬 본기나 세가와는 달리 열전은 평범한, 더 많은 경우 매우 비천한 지위에서 능력을 발휘해 나라의 정사를 움직이는 지도자의 반열에까지 오른 인물이나 군사들과 함께 직접 전장에서 활약하며 승리를 거머쥐는 장군들의 이야기가 다수 등장한다. 그런 까닭에 오늘날까지 중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를 이끄는 지도자들도 『사기 열전』을 즐겨 읽고 곧잘 인용하곤 한다.

미국의 유명 비즈니스 매거진 아이엔씨닷컴(INC.)에서는 「리더들의 영감을 자극하는 명언 21」이라는 기사를 낸 적이 있다. (http://www.inc.com/peter-economy/21-inspiring-quotes-for-leaders.html) 스티브 잡스를 비롯해 페이스북 COO인 셰릴 샌드버그, 오프라 윈프리 등 삶에서 큰 성취를 이룬 리더들이 남긴 명언 21가지를 소개한 것이다. 동·서양, 고·금을 막론하고 성공을 이룬 고수들 사이에는 상통하는 점이 있을 터. 『사기 열전』을 읽다 보면 이 기사에서 소개된 리더십이 모두 담겨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말하자면 요즘 많이 회자되는 ‘스토리텔링’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책이 바로 『사기 열전』인 것이다. 여기에서 일부를 소개해 본다.

 

당신이 한 행동은 당신이 한 말보다 훨씬 더 큰 파급력이 있다. ― 스티븐 코비

오기는 장수가 되자 병사들 가운데 가장 낮은 자와 똑같이 옷을 입고 밥을 먹었다. 누울 때에도 자리를 깔지 못하게 하고 행군할 때도 말이나 수레를 타지 않고 식량은 직접 가지고 다니면서 병사들과 함께 수고로움을 나누었다.

한번은 종기 난 병사가 있었는데 오기가 그 병사를 위해 고름을 빨아 주었다. 병사의 어머니가 그 소식을 듣고는 소리 내어 울었다. 어떤 사람이 그 까닭을 물었다.

“당신 아들은 졸병인데도 장군께서 직접 고름을 빨아 주셨는데 어찌하여 슬피 소리 내어 우시오?”

[병사의] 어머니가 대답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예전에 오 공(吳公, 오기)께서 우리 애 아버지의 종기를 빨아 준 적이 있는데 그 사람은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용감히 싸우다가 적진에서 죽고 말았습니다. 오 공이 지금 또 제 자식의 종기를 빨아 주었으니 소첩은 이 아이가 [어느 때 어디서] 죽게 될지 모릅니다. 이 때문에 소리 내어 우는 것입니다.” ― 「손자·오기 열전」

 

나의 일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일은 나와 함께하는 훌륭한 사람들을 밀어붙여서 그들이 훨씬 더 잘하게 만드는 것이다. ― 스티브 잡스​

한신은 자신의 비장을 시켜 저녁밥을 나누어 주도록 하고 이렇게 말했다.

오늘 조나라 군사를 무찌른 뒤 다 같이 모여 먹도록 하자!”

장수들은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으나 응하는 척하며 대답했다.

“네. 알았습니다.”(중략)

한신은 군사 만 명을 먼저 가도록 하고 나가서 물을 등지고 진을 치게 했다. 조나라 군대는 이것을 바라보고는 한껏 비웃었다. (중략) 그러나 한신과 장이가 강가의 진지로 들어간 뒤에는 한나라 군대가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므로 도저히 무찌를 수 없었다. (중략)

장수들이 적의 머리와 포로를 바치고 축하한 뒤, 한신에게 물었다.

“병법에는 ‘산과 언덕을 오른쪽에 두거나 등지고 물과 못을 앞으로 하거나 왼쪽에 두라.’라고 했는데, 오늘 장군께서는 저희에게 도리어 물을 등지고 진을 치게 하면서 ‘조나라를 무찌른 뒤 다 같이 모여 먹도록 하자.’라고 하시기에 저희는 마음속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마침내 이겼으니 이것은 무슨 전술입니까?”

한신이 대답했다.

“이것도 병법에 있는데 여러분이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오. 병법에는 ‘죽을 곳에 빠뜨린 뒤라야 비로소 살릴 수 있고, 망할 곳에 둔 뒤라야 비로소 멸망하지 않을 수 있다.’라는 말이 있잖소? 내가 평소부터 사대부를 길들여 따르게 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시장 바닥에 있는 사람들을 몰아다가 싸우게 한 것과 같으니, 그 형세가 죽을 땅에 두어 저마다 자신을 위하여 싸우게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곳을 준다면 모두 달아날 텐데 어떻게 이들을 쓸 수 있겠소?” ― 「회음후 열전」

 

리더십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 세스 고딘

맹상군이 설(薛) 땅에 있으면서 제후들의 빈객을 불러 모으자, 죄를 짓고 도망친 자까지 모두 맹상군에게 모여들었다. 맹상군이 집의 재산을 기울여서 그들을 정성껏 대우하자 천하의 인물이 거의 다 모여들어 식객이 수천 명이나 되었다. [맹상군은] 신분이 귀하고 천함을 가리지 않고 한결같이 자신과 똑같이 대우해 주었다. (중략)

맹상군은 함곡관까지 왔지만 국경의 법으로는 첫닭이 울어야만 객들을 내보내게 되어 있었다. 맹상군은 뒤쫓아 오는 자들이 닥칠까 봐 어쩔 줄을 몰랐다. 빈객 가운데 맨 끝자리에 앉은 자가 닭 울음소리를 흉내 내자 [근처의] 닭들이 다 울었다. 그래서 통행증을 보이고 함곡관을 빠져나왔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정말로 맹상군을 뒤쫓던 진나라 사람들이 국경에 이르렀으나 맹상군이 이미 빠져 나간 뒤이므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처음 맹상군이 좀도둑과 닭 울음소리를 잘 내는 사람을 빈객으로 삼았을 때, 다른 빈객들은 모두 같은 자리에 앉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그런데 맹상군이 진나라에서 곤경에 처했을 때 결국 이 두 사람이 그를 구하였다. 그 뒤 빈객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맹상군을 따르게 되었다. ― 「맹상군 열전」

사마천 | 옮김 김원중
연령 14세 이상 | 출간일 2015년 6월 10일
사마천 | 옮김 김원중
연령 14세 이상 | 출간일 2015년 6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