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자』당신의 웃음보에 어퍼컷을 날리는 진정한 ‘능력자’의 탄생!

때는 바야흐로 2012년 10월 9일 역사적인 한글날, 2012년 <오늘의 작가상>에 빛나는 『능력자』 출간을 앞두고 책에 실릴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서울 망원동 모처에서 최민석 작가를 만났다. 그런데 웬일인지, 언제나 넘쳐나는 에너지로 유쾌한 기운을 전해 주던 작가의 안색은, 흡사 가을날 아스팔트 바닥을 뒹구는 플라타너스 이파리처럼 파리하기만 했다. 장염에 걸려 며칠간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늘 촬영이 순조롭지만은 않겠구나, 하는 예감이 스칠 무렵, 그는 집 앞에 봐둔 놀이터가 있다며 안내했다. 한편에는 한 무리의 할머니들이, 다른 한편에는 한 무리의 아이들이, 오순도순 모여 있었다. 여기서, 무엇을, 어떻게…… 난감해하는 사진작가에게 그때 그가 주섬주섬 꺼내어 건넨 종이쪽지가 있었으니, 오늘의 촬영 콘셉트를 스케치한 스토리보드였다. 거기엔 총 4컷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돗자리 신, 허세 신, (나머지 두 개는 생각도 안 난다) 등 도무지 뭔 소린지 알아먹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이쯤하여 슬슬 사진작가에게 미안해지기 시작하였으나, 오히려 지난 몇 년간 뻔하디뻔한 작가 사진에 지칠 대로 지친 사진작가의 눈은 이미 예술혼으로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작가는 손수 준비해 왔다며, 차 트렁크에서 밥상과 은박 돗자리를, 역시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이에 사진작가는 갈치 비늘처럼 번쩍대는 은빛 돗자리에 반색을 하며 “반사판도 필요없겠는데요, 하하하.”라고 말해 나를 아연케 하였다.

나는 멀찌감치 떨어져 (그들을 모른 척하며) 촬영 과정을 지켜보았다. 놀이터 한가운데 돗자리가 펼쳐지고, 그 위에 밥상이 펼쳐지고, 그 위에 노트북이 펼쳐지고, 드디어 그야말로 쌩쇼가 펼쳐졌다. 자신들의 구역을 침범당한 앙팡 테리블들이 가만있을 리 만무, 주변을 맴돌며, 누구예요? 뭐하는 거예요? 연예인이에요? 등의 질문을 마구 던져댔다. 최민석 작가 왈, “얘들아, 우리 예술 하는 중이다.” 그때 한 아이에게서 촌철살인과도 같은 한마디가 날아들었으니, “예술이 뭔데요?” 우리는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비록, 예술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그리하여 탄생한 작품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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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실의 거대한 장벽에 부딪혀, 결국 책에는 이런 사진이 실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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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만약 100쇄를 찍게 된다면, 특별판으로 놀이터 사진을 넣어 볼까 한다. 

그리하여 그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예술’은 놀이터, 주차장, 골목길, 카페 등지를 거쳐 밤 9시가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장염 투혼을 불사른 ‘피사체’는 이제 거의 ‘사체’가 될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덕분인지, 사진을 보시라, 그의 눈빛에는 헝그리정신이 살아 있다.

그날 나는 비록, 예수를 부정한 베드로처럼,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처럼, 그를 모른 척하였으나 (솔직히 많이 부끄러웠다.) 그 진정성과 패기에 가슴 깊이 감동하였다.

그는 『능력자』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글을 쓰는 동안 내가 생각했던 점은 단 하나였다. 상황이 아무리 질퍽할지라도 웃음을 잃지 말자. 건강을 잃고 친구를 잃고 연인을 잃고 가족을 잃을 수도 있겠지만, 웃음을 잃지는 말자. 삶은 어차피 고통과 동행하는 것이며, 그 과정에 웃음을 잃는다면 생 자체를 잃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결국, 웃음을 망각하지 않기 위해 이 글을 썼고, 이제 그때의 비극은 추억이란 옷을 입은 희극이 되었다.

인간과 동물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이성? 언어? 도구? 바로 ‘웃음’이다. 인간만이 웃는다. 보들레르는 말했다. “웃음은 악마적이다. 따라서 철저하게 인간적이다.” 그렇다. 웃음은 인간적이다. 따라서 인간은 웃을 때 가장 인간답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고 하지 않는가. 웃고 싶거든, 인간다워지고 싶거든, 행복해지고 싶거든, 『능력자』를 읽어라. 『능력자』는 엔돌핀 촉진, 노화 방지, 다이어트, 통증 완화, 스트레스 해소, 장수 등의 효과가 있다. , 웃기다는 얘기다.

2010년 등단 당시 “내가 지향하는 문학은 바로 ‘항문발모형(肛門發毛形, 울다가 웃다가 ***에 털이 나는)’ 문학이다.”라고 외친 최민석은, 그의 선언대로 끊임없이 독자를 웃기고 울린다. 어느새 최민석의 소설은 ‘항문발모형 문학’에서 한층 더 깊고 따스한 휴머니즘이 넘치는 ‘유머니즘(humornism) 문학’으로 진화했다.

최민석은 “정통 6,70년대 지방 캠퍼스 록 사운드를 지향하는 향토 록 밴드” ‘시와 바람’(일명 ‘시바’)의 보컬이기도 하다. 「난봉꾼」, 「오빤 알아」, 「국정원 미스김」 등 “통속적 가사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곡 구성, 맥락 없는 기교”로 6,70년대의 록음악을 재현하는 ‘시와 바람’. 11 29일에 열릴 『능력자』 북콘서트에서, 그들의 수치심을 유발하는 의상과 잔망스럽기 짝이 없는 무대 매너를 몸소 체험할 수 있다. 그날, 당신의 삶은 비극에서 희극으로 그 색깔을 달리하게 될 것이다. 우리 삶에 웃음과 감동을 더해 주는 최민석 작가, 그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능력자’다. 

 

민음사 편집부 김소연

최민석
출간일 2012년 10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