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상, 천상병시상을 수상한 시인이자 소설가인

바위 옆에서 무릎을 끌어안은 채 유경이 귓속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귓속의 이명은 오직 그 자신밖에는 느낄 수 없다. 사랑이라고 믿은 것에도 이명 같은 부분이 있고야 마는 것일까. 자기 몸속을 울리는 이명을 타인이 대신 느낄 수 없는 것처럼, 온몸 온 마음으로 사랑한 사람에게도 이명 같은 자기만의 방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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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감수성으로 절규하듯 써 내려간 문장들은 우리 모두의 생명의 빛과 근원을 찾아간다. 작가 김선우 3년간 퇴고를 거듭하여 완성한 『물의 연인들』. 나는 저자로부터 이 소설의 수정본을 세 번 받아서 처음부터 다시 읽었고, 모두 세 번을 울었다. 아마 저자는 담당 편집자의 목소리를 코맹맹이 소리로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수정된 원고를 읽고 저자와 의견을 나눌 때마다 종종 코를 훌쩍였기 때문이다. 소설의 감동은 눈물 자국으로 얼룩진 교정지에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이토록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를 과연 또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물의 연인들』은 너무나도 강렬하게 나를 매혹했고, 작품에 대한 애착은 표지에도 세심한 공을 들이게 했다.

소설의 주요 모티프 중의 하나인 그림 「지저귀는 기계」의 화가 파울 클레는 실제로 피부가 굳어져 탄력이 없어지는 병인 피부경화증을 앓았고, 주요 등장인물 ‘수린’ 역시 몸이 각질화되면서 점점 굳어지는 희귀병에 걸려 죽어 가는 소녀다. 그것은 ‘와이강’에서 태어나고 자란 수린의 몸과 서서히 죽어 가는 강의 이미지가 중첩된 부분이기도 하다. 「지저귀는 기계」와 물의 이미지로 디자이너는 다음 두 종류의 시안을 만들었다.

 

 

 

 

양쪽 다 작품의 성격과 잘 맞는, 버리기 아까운 카드였다. 결국 고민 끝에 우리는 두 가지 시안을 적절히 섞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제목 서체는 물방울 이미지의 두 번째 시안으로, 또 「지저귀는 기계」가 인쇄된 표지 커버를 열면 물방울들이 속표지를 장식하는 그런 방식으로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아래의 최종 표지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때로는 참혹하리만큼 처절하게, 때로는 넘치는 관능과 섬세한 감각으로 독자의 오감(五感)을 자극하며 가슴속 깊이 파고드는 소설 『물의 연인들』은 이 가을, 가장 치명적인 사랑의 울림이 되어 독자들의 마음을 뒤흔들 것이라고, 감히 자신해 본다.

민음사 편집부 강미영

 

김선우
출간일 2012년 10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