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세우는 계획으로는 금연, 다이어트, 영어 공부 등에 이어 독서를 꼽을 수 있겠다. 독서는 돈이 많이 들지 않고 좁은 공간에서도 가능하다. 게다가 인생 선배들이 ‘삶을 바꾼 한 권의 책’이라며 그토록 입을 모아 추천하지 않던가. 그럼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순위를 살펴보면 성인 연평균 독서량이 꼴지 수준인 10.9권이라 하니 성인 한 명이 한 달에 한 권도 읽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꽉 짜인 스케줄에 맞춰 돌아가는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면 저절로 책을 많이, 잘 읽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조건을 갖추지 못한다면 평생 제대로 된 독서를 할 수 없는 것일까?

지난 삼여 년간 읽어 온 책들에 관한 이야기를 묶은 『일상의 인문학』을 펴낸석주 시인은 십여 년 전 경기도 안성에 서재 ‘수졸재’를 지어 3만여 권의 책을 들여놓고 해마다 1000여 권을 책을 구입해 읽는 것을 생의 즐거움으로 삼고 살아간다. 언뜻 도시를 떠나 한가로운 시골에서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기에 가능한 삶 같지만, “책을 읽는 일에서 밥을 구하고 지혜를 구한다.”라고 말하는 그에게 책 읽고 글 쓰는 일은 곧 일상이자 노동이다. 그에게 독서는 시간이 남아돌 때 한가롭게 빈둥거리며 하는 취미 활동이 아니다. 그는 매일 세끼를 먹듯 책을 읽는다.

“매일 4 일어나 원고를 써요. 12까지. 오후에는 책을 읽고 저녁에는 방송국에서 녹음을 하거나 볼일을 보죠. 그리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글 쓰고 책 읽을 수가 없어요.

그의 일상은 마치 수도승 같다. 영화나 인터넷, 다른 취미 생활 중 무언가를 빼고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한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쓴다. 그의 독서는 무조건 많이, 광범위하게 읽는 게 목적이 아니다. 쇼펜하우어는 “사색 없이 다독하는 사람은 글씨본에 따라 글씨 연습을 하는 사람과 같다.”라고 했다. 어떻게 하면 독서를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장석주 시인은 말한다.

“사유를 자극할 수 있는 책을 골라야 합니다. 내가 책을 읽는 목적은 생각하기 위함이거든요.

편집부 박향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