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오늘, 당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 손님이 찾아옵니다

 

 

여기 거울을 들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소설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말한 스탕달에 의하면, 그는 아마도 소설가일 공산이 큽니다. 한 소설에서 그 남자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나는 이따금 내가 날마다 보고 듣고 느끼고 하는 것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낱낱이 기록해 두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하나의 소설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어. 그걸 있는 그대로 기록해 두면 대단히 신비한 느낌을 자아내게 하는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이 되리라고 생각해.

몸서리쳐질 만큼 치밀하고 집요하게 반복되는 묘사를 통해 우리의 삶을 ‘있는 그대로’ 그려 낸 이 놀라운 작품이 바로 한국 문단의 영원한 사건으로 불리는 소설 『경마장 가는 길』, 그리고 거울을 들고 돌아다니는 한 남자, 그는 하일지 작가입니다. 그는 여전히 거울을 들고 돌아다닙니다. 그의 거울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우리 자신을 향합니다.

외국 문학에서 가장 많이 질문된 것 중 하나는 아마,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고도’는 과연 누구냐, 하는 물음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문학에서 가장 많이 질문된 것은 무엇일까요? 시에서는용운의 「님의 침묵」을 들 수 있겠네요. ‘님은 누구인가?’라는 시험 문제를 누구나 한 번쯤은 풀어 보았을 겁니다. 그럼 소설에서는? 바로, 하일지의 『경마장 가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묻습니다. 도대체 ‘경마장’은 어디인가요?

이제 질문이 하나 더 추가될 것 같습니다. 바로 이 소설, 『손님』 때문입니다. 언제나 낯설고 새로운 소설을 끊임없이 창조해 오며 세상을 놀라게 한 하일지 작가는 늘 이렇게 우리에게 질문을 던져 줍니다. 『경마장 가는 길』에는 ‘경마장’이 나오지 않습니다. 경마장이 나오지 않으니, 경마장이 어디냐고 묻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손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얘기가 다릅니다. ‘손님’이 버젓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바로 눈앞에 빤히 보이는 이 손님이 도무지 누군지 모르겠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입니다.

 

 

『손님』은 작가 스스로 ‘손님’이 되어 쓴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작가의 절친 오정국 시인의 방에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하일지 작가는 한서대 교수인 오정국 시인이 학기 중에만 머무는 방을 방학 때 잠시 빌려 단 20일 만에 이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작가에게는 참으로 죄송한 말씀이지만, 작가가 ‘감옥’에 비유한 그 방에 영원히 무기징역을 시키고 싶을 만큼 그곳에서 탄생한 『손님』은 너무나 멋진 소설입니다.

언젠가 독자와의 만남 자리에서, 도대체 소설이 사는 데 무슨 도움이 되느냐, 차라리 실용서를 읽는 것이 낫지 않느냐, 라고 묻는 독자에게 작가는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연애에 도움이 됩니다.” 그렇습니다. 소설은 연애에 도움이 됩니다. 사랑에 빠지면 세상이 달리 보이게 됩니다.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 구르는 낙엽조차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너의 그 한마디 말도 그 웃음도 나에겐 커다란 의미”가 되는 것이죠. 이렇게 소설은 ‘세상과의 연애’에 큰 도움이 됩니다. 소설은 세상을 좀 더 특별하게 보도록 만들고, 그럼으로써 세상을 좀 더 사랑하게 만듭니다. 당신의 일상에 불쑥 찾아든 불청객, 지금까지 우리가 단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전혀 낯설고 새로운 『손님』의 방문이 반가운 까닭입니다.

민음사 편집부 김소연